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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Jul 14. 2021

한샘 매각에 대한 단상

소유과 경영의 분리, 그리고 시장 변화 대응


가구업체 한샘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창업자가 83세의 고령인 데다가 직계 승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과 특수관계인 지분 일체를 경영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려는 듯합니다. 



한샘은 1970년 창업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가구 업계의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국내 가구 업계의 고사 위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한샘의 대응과 성과는 눈부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기존의 강점이었던 오프라인 유통에 온라인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라인업을 대거 보강했었고, 배송과 설치 그리고 A/S라는 토종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부각해 이케아에 대응했었고 오히려 매출이 성장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한샘의 매각은 몇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보입니다. 




우선 직계 승계가 아니면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는 이분법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서 창업자가 은퇴하더라도, 전문 경영인 체계로 기업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은 역시 한샘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닌텐도의 경우, 직계 승계의 고리를 끊고 전문 경영인 체계로 이어지고서도 다소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잘 극복해나가며 높은 성과를 이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업 승계를 제한하는 세법이  큰 제약으로 부각되기도 하지만, 완전 소유라는 굴레를 넘어선다면 매각이 아닌 선택도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전문 경영인을 통해 축소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1세대 창업자들의 정서가 아직은 지배적인 듯합니다. 




기업의 가업승계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진의 강력한 주인의식과 경영판단의 과단성, 그리고 일관적인 경영철학의 투영 등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 창업 1세대의 은퇴를 앞둔 선택이 가업 승계가 안된다면 기업을 처분 후 현금 상속으로 귀결되는 획일화는 강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만 최근 자수성가형  거대 IT기업의 창업자들이 은퇴가 보이지도 않을 젊은 나이에 전문 경영인 체계로 미리 변환하고 본인은 이사회로 자리를 옮겨 부의 사회환원이나 자선 그리고 본인의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로 제한해서 회사에 기여하는 풍토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또 한샘 매각의 또 다른 시사점은 역시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입니다. 


매각 결정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는 최근 몇 년간의 실적 정체는, 앞서 언급했던 이케아의 위기를 넘긴 뒤에 다가온 본격적인 디지털 기업들의 더 큰 파고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읽힙니다. 


'오늘의 집'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보다 더 직관적으로 와닿는 다양한 인테리어의 콘텐츠를 쏟아내며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흐름이 그것입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부어주는 일방향의 콘텐츠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이웃이 꾸며서 플랫폼을 통해 공유한 인테리어 정보가  젊은 층의 소비자에게 더 어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확대된 환경변화도 한샘과 같이 아직은 오프라인에 매몰비용이 상당 부분 치중되어 있는 거대 기업보다는, 온라인에 집중하는 플랫폼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생필품 등의 온라인 구매가 확대되면서 그 학습효과가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의 구매 패턴도 자연스럽게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창업 이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어렵지만, 변화에 대응하여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경영인이 어휘 그대로 전문성을 가지고 창업자의 성과를 뛰어넘어 더 큰 성장과 발전을 해 나가는 사례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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