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공간 있을 듯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우연히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손에 들고 내친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렸습니다.
2013년 장편 소설 ’ 망원동 부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사실을 책날개로 보고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로 김호연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습니다.
이책의 첫인상으로는 최근 ‘~ 백화점’, ‘~잡화점’ 등의 기존 베스트셀러들의 작명을 답습한 가벼운 기획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첫 장의 서두에서부터 느껴지는 이야기의 흡입력에 빠져들며, 다수의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몰입감으로 어느덧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배경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직전부터 이후 시점을 반영한 소설이어서 더 생생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서울의 한켠에 자주 가지는 않았어도 머릿속에 동네가 그려질 만큼 낯설지 않은 서울역과 청파동 일대의 지리적인 배경도,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 우리 주위에 있는 인생들의 조합을 엮어냈다는 실감을 더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중간중간 언급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각자의 삶을 노출시키는 짜임새 있는 플롯에도 허술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과거와 단절된 주인공과 그 삶을 따스한 인간미로 어루만지는 또 다른 주인공의 인생이 교차하는 장면 장면들은,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잔잔한 감동과 미담을 담백하게 전해줍니다. 모든 사연이 과장되지 않고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이입을 가능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이미 서점가에서 십오만 명이 넘는 선택을 받을 정도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실도 책의 띠지를 보고 알았습니다만) 띠지에는 독자 평점이 무려 9.7점 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네요. 그 점수에는 저도 공감이 갑니다.
주말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나름 충만한 시간을 채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