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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Aug 14. 2022

주말에 읽은 책, ‘나는 제주 건축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들이 가진 고향에 대한 우려와 의미들


미디어제주의 김형훈 기자가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의 건축가 19명이 가진 건축에 대한 주장과 의견을 모아서 발간한 책입니다.

제주에서 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뒤 외지에서 대학과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건축사무소를 열어 활동 중인 경우가 대다수인 70년대 생 건축가의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들을 6세대 건축가로 구분합니다.)

그러나 책은 제목의 인상처럼 건축에 국한한 전문가적 시선으로만 엮어냈다기보다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고향 제주에 대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애정 어린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년 시절 내내 학교 소풍을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통제하기 쉽고 너른 공간이 있는 조선시대의 왕릉으로 갔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섭지코지가 그런 장소였던 듯합니다.

서울의 왕릉들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이 되어 유년 시절 소풍의 기억이 현재까지도 그대로 공간에  추억으로 오버래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책 속 몇몇 건축가들은 그들의 유년 시절을 통해 기억되던 섭지코지가 기업에 의해 사유화된 이후 얼마나 많이 훼손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들에게 적지 않은 지지를 받던 안도 타다오가, 유독 섭지코지에는 훼손에 일조하는 대표적인 건축물 글라스하우스를 남긴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냅니다.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물을 추구하여 건물을 지하로 넣곤 했던 안토 타다오의  건축 철학이 유독 섭지코지에서는 돌출되고 이질적이며 풍광에 도드라진 글라스하우스로 발현된 것은 매우 모순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연보존과 개발, 토속적인 건축과 빼어난 자연과의 조화, 원도심의 도시 재생 등 제주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수많은 담론들을 보면서, 저 또한 ‘제주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지는 않겠구나’라는 경계심을 떠올리게 됩니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천천히 곳곳을 음미하는 제주 여행길에 오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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