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꾸는가?

토마스 헤더윅, 노먼 포스터, 김중업의 이야기

by 최종신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1년 반 전에 사무실을 대로변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에 대해 길가를 오고 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도심을 가득 채우는 메마른 콘크리트 빌딩 숲에 반감과 의문을 가지고 사회 초년생 시절에 직접 창업해서 30년간 스튜디오를 운영해 온 그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일반 대중에게 좀 더 쉽게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런던을 방문했을 때 2층 버스가 그의 디자인으로 인해 오랜 고루한 전통의 틀을 벗어던지고 유려한 곡선이 어우러진 멋진 교통수단으로 탈바꿈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가 그의 건축과 디자인으로 인해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더한 결과물의 일부를 확인한 셈이었습니다.

최근 그는 아이들의 교육에도 큰 관심을 두고 수백 명의 학생들을 스튜디오로 불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건축 행위를 넘어 자신이 도시에 투영한 철학을 자라나는 아이들을 통해 미래의 세계에도 반영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삼청동 거리를 걷다가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 사무실이 한 건물에 입주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삼성동에 현대가 건축 중인 GBC 프로젝트와 남산 힐튼 호텔의 재건축 프로젝트 등에 컨소시엄의 일환으로 참여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터라, 서울에 지사를 설립한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입니다.

새로운 사옥은 갤러리를 했던 검박한 저층의 미니 빌딩으로 벽돌 외장의 단정한 곳입니다. 삼청동 거리에 위치한 다른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 사옥이 눈에 띄는 것은 거리에 면한 통유리 안에 보이는 여러 건축 모형들이었습니다. 노먼 포스터가 그의 스태프들과 함께 설계한 그동안의 건축물들이 정교한 모형으로 진열장에 올려져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눈높이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토마스 헤더윅의 경우와 같이, 노먼 포스터 경(남작 작위)도 자신들의 건축에 대해 행인들의 관심과 이해를 얻고자 하는 같은 맥락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안양에 위치한 김중업 박물관은 그가 건축한 옛 유유산업 공장 건물을 활용해서 세워졌습니다. 그의 설계로 세워진 옛 공장 건물이 세월을 관통하고 변모해서 오늘날 그의 건축 세계를 후세에 알리는 박물관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너른 마당을 가진 옛 공장 건물로 들어가면 김중업이라는 대가의 생애와 건축물들이 스토리텔링을 덧입혀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정권에 부조리에 저항해서 일종의 망명과도 같은 해외 생활을 오래 겪어야 했던 김중업 선생.

당시 시대의 아픔이 느껴지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꼿꼿하게 고수했던 대가의 소신과 강단 있는 멋진 일생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민간과 관 주도의 각종 신규 건축 프로젝트를 위한 설계 공모가 전 세계 건축계를 대상으로 개방되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 도시의 변모만 보아도 그 속에서 우리를 포함 전 세계 많은 건축가들의 고민과 그 성과물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정에는 사람에 대한 설득과 이해, 삶을 변화시키는 건축의 힘을 적절하게 발휘하려는 크고 작은 노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는 "건축은 삶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며, 단순히 공간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동대문 DDP의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 (Zaha Hadid)는 "건축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건축이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도시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토마스 헤더윅과 노먼 포스터, 그리고 김중업과 같은 건축가들의 행보는 단순한 작품 활동을 넘어, 건축이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도시 역시 단순한 기능적 공간을 넘어 시민들과 상호작용하는 열린 건축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며,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며,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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