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깁스 vs. 반깁스

by 최굴굴

병원은 모두에게 참 힘든 곳이다.

잠이 부족해서 떡진 머리에 부은 얼굴로 다니는 레지던트, 환자 응대하느라 늘 긴장 상태인 간호사, 너무 바빠서 얼굴 뵙기 힘든 교수님, 밤새 아픔에 시달린 흔적이 얼굴에 역력한 환자, 그리고 환자 수발에 마음고생까지 짊어진 보호자까지.

어디 하나 편안함을 찾아볼 수 없다.


퇴원 전 통깁스를 하러 들른 그 병원의 ‘석고실’은 좀 달랐다.

나갈 때가 되어서야 여길 오게 되다니 싶은, 뭔가 아쉽기까지 한 곳이었다. 베드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비좁은 방이었지만 앞서 온 사람의 붕대가 돌돌 감기는 걸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노라니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내 순서가 되었다.

석고기사님은 나를 가볍게 휠체어에서 일으켜 베드에 앉히며 말씀하셨다.

“내가 이 병원에서 가장 안 아프게 하는 사람이에요. 아픈 건 스스로 힘을 너무 줘서 그래. 힘 빼고 내 말을 잘 따르면 하나도 안 아파요.”

순간 ‘아멘’이라고 외칠 뻔했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당시 나는 극심한 통증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멍투성이에 띵띵 부은 발목을 어찌할 줄 몰라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런 내게 석고기사님의 푸근한 목소리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기사님은 아주 조심스럽게 내 발목을 내려놓고, 발에 묻은 솜뭉치를 살살 닦은 뒤, 붕대를 삭삭 담아 굳혀주셨다. 따뜻한 통깁스가 세상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예쁜 통깁스가 완성되고...



안타깝게도 4일 만에 통깁스를 깼다. 정성스러운 석고기사님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적응에 실패했던 것이다.

무겁고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퉁퉁 부어오른 발목이 깁스에 맞부딪히는 듯한 느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발등은 실핏줄이 다 터져 스칠 수도 없게 아팠다.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나 싶어 인터넷을 뒤지다가 알게 된 깁스 욕창이나, 신경포착 같은 부작용도 심리적 불안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결국 병원에 가서 통깁스를 제거했다.

다시 들여다본 내 발은 아파했던 게 민망할 만큼 멀쩡했다.

발등에 멍이 들긴 했지만, 수술부위도 깨끗하고, 처음보다 부기도 가라앉아 있었다.


어쨌거나 그 유난스러움을 인정받아 단단한 통깁스 대신 헐떡이는 반깁스로 버티기로 결정했다.

반깁스는 가볍고, 무엇보다 불편할 때마다 스스로 이리저리 고쳐 신을 수 있어 좋았다.

맨다리에 착용이 가능해 땀이 차지 않아 장마와 무더위에 덕을 좀 보았다. 또 발목 스트레칭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어 재활이 빨랐다.

하지만 통깁스보다 불안했다.

주변에 누가 지나가면 닿지 않아도 발목이 혼자 놀라 저릿저릿했다. 자연스레 모든 움직임에 소극적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색도 촌스럽고, 디자인이 후져 외부활동에 다소 부적합한 듯하다.

깁스는 가벼워졌으나 쉬운 게 하나 없는 나의 골절라이프는 계속된다.

keyword
이전 08화골절수술 48시간 만에 퇴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