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수술 48시간 만에 퇴원하기

by 최굴굴

집에 아이가 있다며 응급실에서 부러진 발목을 부여잡고 집에 보내달라고 의사를 졸랐던 나였으므로, 입원과 동시에 퇴원일만을 꼽았다. 실제로 수술 48시간 만에 퇴원했다.

수술 후 48시간은 정맥을 통한 항생제 투약기간이다. 그리고 무통주사 최대 유지 시간이기도 하다. 그 이후엔 경구 항생제와 진통제로 증상조절이 가능하므로 원칙상 퇴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됐고, 쉽게 말해 집에 가서 약 먹으며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수술 후 급히 2인실로 옮겨진 나는 천국을 맛보았다. 조용하고 쾌적했다.

멀쩡히 잘 걸어다디는 20대 초반 꽃다운 대학생과 나눠 쓰는 방이라니, 앞서 지내던 4인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 학생 입장에서는 침대에 실려 울면서 밀고 들어오는 흰 붕대의 아줌마가 달갑지 않았겠지만.......


자리가 정리되자 학생 어머니께서

"크게 다치셨나 봐요." 하며 걱정해 주셨다.

이 멀쩡한 학생은 놀랍게도 지난주 뇌수막염으로 입원했다고 했다. 증상은 다 사라졌지만 항생제를 맞고 있어 토요일쯤 퇴원 예정이라고 했다. 역시 20대의 눈부신 회복력이란... 부러웠다.


반면 이 몸은 붕대를 다리에 칭칭 감고 간병인 없인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해대고, 전날 밤부터 그때까지 금식 중이어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 아침 발목 골절 수술을 했고, 두 밤 더 자고 목요일에 (따님보다 먼저) 퇴원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들은 학생 어머니는 이 꼴로 어찌 퇴원한다는 걸까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듯했다.


남은 이틀밤 내내 끙끙 앓았다. 그럼에도 48시간 후 모두가 걱정한 '그 꼴'로 퇴원했다.

아파도 집에 가서 아픈 게 나을 것 같았다.




결코 좋아져서 퇴원한 것은 아니었다. 입원기간 동안 어마무시한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이를 견디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 일명 '무통주사'를 달고 있었다.


무통주사는 제왕절개 출산 때 써본 일이 있었다.

수술한 부위가 아플 때마다 버저를 누르면 진통제가 추가로 '찍' 나오게 되어 있는데, 그때마다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너무 자주 누른 탓에 48시간이 되기도 전에 주사액이 바닥나는 웃픈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인큐베이터실에 있는 아기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일어선 순간 휠체어 위로 쓰러졌더랬다.


당시엔 하도 오래 누워있다가 일어나 현기증이 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골절수술 후 다시 만난 무통주사는 내 몸에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어지럽고 메슥거려 화장실조차 갈 수가 없었다. 부러진 발목을 겨우 붙여놨는데 또 쓰러질 수는 없지 않은가.

토할 것 같아 식사도 할 수 없었다. 잘 먹어야 뼈가 빨리 붙는다며 간병인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 했지만 들어가질 않았다.

간호사에게 말하니 부작용이라며 무통주사를 중단시켰다.

그러자 이번엔 수술한 발목이 왁왁 거렸다. 진짜 너무 아파서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이 하찮은 몸뚱이. 무통을 못 맞을 체질이면 아프질 말아야지!


결국 6시간 만에 다시 주사를 연결하고 입맛과 말짱한 정신을 내려놓기로 했다. 어지러운 대로, 울렁거리는 대로, 그냥 나를 맡겼다.

아주 고통스럽게 통증이 가라앉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플 때마다 누르는 버튼이 있다는 것은 즉, 이 주사를 맞아도 아프다는 것이다. 그저 잠시 몽롱하게 해 줄 뿐 통증은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할 뿐이다.

keyword
이전 07화전신마취 후유증엔 서러움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