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힘들었던 병원 생활을 청산하고 행복할 줄만 알았던 내가 호들갑을 떨며 통깁스를 깨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변비’였다고 생각한다.
수술 당시 발목과 호흡근 말고도 마취된 것은 또 있었으니, 장이었다.
끼니를 잘 챙겨 먹어야 뼈가 잘 붙고 회복이 빠르다 하여 열심히 먹고 있는데 나가는 것이 없었다. 내보내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장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5일이 지나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심한 변비가 생겨 치질이 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평소에 유당불내증이 있어 일반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데, 이것에 착안하여 집에 있던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소식이 오면 바로 화장실에 가야지, 하고 있는데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 생각보다 쉽군.’
하지만 이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우유에 떠밀려 신나게 나오려는 신입들 덕에 배는 아파오는데 이미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고인 물 선배들이 출구를 꽉 막고 있었다!
힘을 아무리 주어도 선배님들은 꿈적하지 않았다. 선배님들은 출구에 가로로 누워 단단히 스크럼을 짰다. 신입들은 그럴수록 더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처음에는 포기했다. 발목 수술 후 통증으로 아직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새 배앓이를 하고 난 뒤 다시 큰 결심을 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렇게 힘을 주다 발등의 실핏줄들이 터져버렸고, 결국 나는 직접 돌덩이 선배님들을 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전신마취 후유증 2탄의 전말이며, 동시에 통깁스를 깬 원인에 대한 고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