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를 뺏겼다

by 최굴굴

"뼈가 아무리 잘 붙어도 관절이 굳으면 의족이나 다름없겠죠."

발목골절 수술 8주 차.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주치의에게 뼈를 맞고 왔다. 분명 지난번엔 반깁스를 통깁스처럼 하고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했으면서 말을 너무 잘 듣는 환자는 회복이 느리다고 모범생의 마음을 후려갈겼다.

발목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움직이고 싶어도 근육이 다 빠져 앙상한 종아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꺾어보려 해도 아프기만 할 뿐 돌처럼 꿈쩍도 않았다. 매일 반깁스를 풀어 짬짬이 발목 스트레칭을 해주었지만 관절이 굳어가는 속도는 상상초월이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깁스를 빼앗더니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식은땀이 날만큼, 눈물이 맺힐 만큼 움직여줘야 한다며 아픈 발목을 마구 주물러댔다.

울면서 진료실을 나왔다. 아파서 운 게 아니다.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갑작스러운 골절과 오랜 깁스 생활, 사라진 근육, 굳어버린 관절, 내 일상....... 모든 것이 그저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나는 그날 아침의 분주함, 온도와 습도, 아들이 입고 나간 옷, 내 들뜬 기분까지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는데, 그때로 시간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늘 그렇듯 눈물은 갰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쁜 병원 로비가 느껴졌다. 우울한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깁스는 벗겨졌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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