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by 최굴굴

발목은 인대 손상만 있을 경우 내시경으로도 수술이 가능하지만, 골절로 나사와 플레이트를 삽입해야 하는 경우라면 절개가 필수다.

나도 우측 발목 복숭아뼈 뒤쪽으로 12cm나 되는 긴 흉터가 생겼다.

내 몸에는 총 3개의 흉터가 있다.

첫 번째 흉터는 잼병을 따다가 떨어트리는 바람에 엄지손가락 도톰한 부분이 찢어져 꿰맨 상처다. 응급실에서 3-5 바늘정도 꿰맸는데 주름이 많은 부위기도 하고, 무려 성형외과 의사가 와서 해주어서 그런지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 추운 날 조금 더 창백해 보이는 정도다.

두 번째 흉터는 제왕절개 상처다. 조산기와 전치태반 때문에 응급수술로 아이를 낳은 케이스라 어쩔 수 없었다. 수술이 끝나고 '이제는 배에 큰 상처가 있겠구나' 했는데 산부인과 선생님이 아주 센스 있게 음모 사이를 절개하여 흉터는 찾을 수도 없게 해 주셨다. 덕분에 비키니는 뱃살 때문에 못 입지 흉터 때문에 못 입는 것은 아니게 되었고, 다만 비 오는 날 그 부위가 멍청한 느낌이 드는 것으로 위치를 짐작할 뿐이다.

세 번째 흉터가 바로 이번에 생긴 발목 수술 흉터인데 그중 제일 크고 못생겼다. 몸에서 가장 살이 없는 부위라 그런가 12cm의 긴 수술 자국은 굉장히 도드라져 보인다. 수술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피쏠림이 있어 발을 내려놓으면 순식간에 검붉어지기 때문에 험악스러운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엑스레이만 보고 사는 정형외과 의사들은 미적인 부분보다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다. 때문에 그들이 만드는 흉터의 모양, 크기, 위치는 매우 정직하다. 발목을 쓰냐 못쓰냐의 절체절명의 순간 빨리 열고 뚝딱 고치고 닫아야지, 거기서 수를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나 같은 경우도 경골미인으로 불려도 될 만큼 수술이 예쁘게 잘되었는데 수술부위 흉터는 엉망이다. 이런 발목을 보고 있자면 이왕이면 좀 작고 예쁘게 컷팅해 주시지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물에 빠진 놈 건져놓으니 봇짐 내놔라 하는 배은망덕한 환자분, 진정하시고 흉터엔 연고 바르고 가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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