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쟁이의 도수치료 후기

Feat. 훈남

by 최굴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내심 고퀄리티의 재활치료를 받을 것을 기대했었다. 대. 학. 병. 원. 이니까. 그러나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를 위한 재활만 제공하고 있으며 간단한(?) 골절 재활은 취급히지 않았다. 발목 재활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주치의의 소견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통사람들보다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는, 한마디로 말해 '엄살쟁이'다.

엄살쟁이의 멘탈로는 재활은커녕 발목 '근처;를 만지는 것조차도 너무 힘든 일이었으므로 나의 고통을 모르고, 또 알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제3자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도수재활지료가 가능한 동네 정형외과를 찾기로 했다.

운전불가, 이족보행 불가 상태인 발목 골절러에게는 무조건 가까운 거리가 생명이다. 때마침 회사 바로 아래층에 정형외과가 새로 들어왔고,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그곳에 훈남 물리치료사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폭풍검색이나 비교할 것도 없이 도수치료 10회 패키지를 결제하고 나왔다. 내가 145만 원을 이렇게나 호기롭게 쓰는 쾌녀였던가?


의사 진료 후 안내를 받아 도수치료실로 들어갔다. 동그랗게 얼굴부위가 뚫린 도수베드와 컴퓨터 하나만 있는 그 작은 방에는 듣던 대로 '빛이 나는' 물리치료사가 앉아있었다.

나 남자 얼굴 보고 그런 사람 아니다. 그저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할 뿐이다.

사실 얼굴만 봐도 낫겠네, 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머리를 스쳤으나 막상 베드에 누우니 많이 긴장되었다.

아프면 어떡하지? 혹시나 수술 부위를 잘못 건드리면 어떡하지? 괜히 만져서 탈이 나는 건 아니겠지? 미처 정리하고 오지 못한 각질은 너무 부끄러운데?

각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사람은 쉽게 도망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분께 내 비루한 발목을 내어주었다.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종아리 근육은 단단히 위축되어 발목관절이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잡고 있었다. 이걸 풀어내야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데 그 과정엔 상상이상의 통증이 따른다. 그 아픔은 마치 시커멓게 멍든 곳을 있는 힘껏 누르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파요, 살살 부탁드려요. 억! 아니, 으으으으!!"

각종 괴성이 난무한 40분이었다. 너무 창피해서 같은 건물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발설한 걸 후회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물리치료사의 미모는 나의 아픔과 아무 상관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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