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어떻게 혼이 나려나 오만 걱정을 하며 외래를 방문했다. 지난번 발목 가동번위가 너무 작아 주치의에게 말로 후드려 맞고 깁스까지 뺏긴 터라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진료는 3분 만에 끝났다. 다음은 그 3분간의 대화다.
의사: 자, 움직여보세요.
나: (까딱까딱, 최선을 다한다.) 좀 낫죠?
의사: (직접 내 발목을 움직여보며) 많이 좋아졌네요! 목발 버리세요.
나: 네? 갑자기요?
의사: 이제 걸어야죠, 운동하세요.
이렇게 한 번에? 살짝 기분이 묘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 주짓수 되나요?
의사: 내가 해본 적은 없지만 안 되겠어요.
나: 골프는요?
의사: 벙커 들어가면 곤란해요. 울퉁불퉁한 길은 아직 안됩니다.
나: 그럼 도대체 뭐가 되는 건가요?
의사: 그냥 걸. 으. 세. 요. 날도 좋은데.
걸음마도 안되면서 뛸 생각부터 하는 내가 어이없었는지 주치의는 빨리 나가라는 듯 훠이훠이 손을 휘저었다.
그렇게 짧은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오니 온 세상이 눈부시게 보였다. 못하는 운동, 뭐 그깟 게 대수냐. 발목수술 13주 만에 '드디어' 목발을 버렸는데 말이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인실에서 잠 한숨 못 자고 수술받으러 갔던 일, 답답해 깨버린 깁스, 바퀴 달린 의자를 타고 집안을 누비고 다니던 나날들, 이 다리로 출근한답시고 들떠있던 하루,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게 미안해 혼자 눈물짓던 밤, 하나하나가 가슴 시리게 선명하다.
고생 많았다. 나에게 말해준다.
온전하진 않지만 혼자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난 떠난다. 그것도 내일. 훌훌 털어버리고 올 거다.
나는 자유다.
*그동안 골절일기 <어쩌다 골절>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