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병들게 하는 그것! (1)

그 병의 유발자는 조직인가? 사람인가?

by Chloe C

1. 퇴근이 사라진 조직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 가방을 올려두고,

슬며시 마음속으로 “오늘도 고생했다”라고 중얼이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빌딩을 빠져나와 저녁 바람을 맞는 그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자료 혹시 최신 버전 맞아?”

“내일까지 회의에 쓰려고 하는데, 지금 줄 수 있어?”

“미안한데, 지금 내용 설명 좀 해줄 수 있을까?”

(이게 반복되면,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순간, 나는 알았다.

지금 내가 나가는 문은 퇴근문이 아니라, 임시 외출문이구나.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회사로 다시 들어갔다.

자리로 돌아가 노트북을 열었다.

누군가는 그걸 헌신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그건 **‘출근 2차전’**에 가까웠다.



2. 밤에도 주말에도, 리액션을 요구하는 조직


요즘은 퇴근이 있어도, 퇴근한 것 같지 않다.

퇴근 후에도 계속 울리는 메신저 알림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간다.

밤이든 주말이든 상관없다.

“혹시 자료 다시 줄 수 있어요?”

“정리한 거 버전 좀 다시 보내줄 수 있나요?”

“부사장님 보시기엔 한 줄로 정리한 버전이 필요하대요.”


이건 요청이라기보단 ‘즉시 반응’이 전제된 연락이다.

심지어는

‘보낼 수 있어요?’라는 물음보다

‘당연히 지금 바로 해주겠죠?’라는 뉘앙스가 더 짙다.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주말에도 마음은 조급하다.

혹시 모를 연락, 혹시 모를 피드백에 대비해

폰을 끄지 못한다.

주말이 온다기보단,

주말을 ‘업무에 대응하는 다른 양식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반응해 준 모든 것들이 과연,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사실, 우리 같은 스텝 부서는 없어도 그만인 것을…….


병든 건 조직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아니 그의 가족들까지 모두 전염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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