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사랑

에세이_40

by 최한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남자다.


선물을 해도, 슬픈 일을 말해도, 기쁜 일을 말해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고 공감을 하지 못하신다. 이런 아버지에게 몰래 서운한 마음을 품은 적이 많았다.


일상에서 겪은 일을 대화로 나누며 더 깊은 유대를 쌓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응은 마치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그만두곤 했다. 아버지와 전화통화로 시시콜콜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네가 부럽기도 했다.




아버지는 혼자 생활하신다.


가끔 남동생과 함께 아버지 댁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곤 하는데, 음식은 늘 아버지가 준비하신다. 동생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 취향이 달라서 두 곳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신다.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준비된 식탁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하고 아버지를 쳐다본다. "우리 00 이가 좋아하는 해산물은 꼭 시켜야지." 아버지는 늘 이렇게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다.


아버지를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 순간,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아버지께서 이렇게 섬세하게 사랑을 보여주시는데도, 나는 어린아이처럼 직접적인 표현만을 원했던 것이다.




며칠 전, 이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 댁에서 식사를 마친 후, 나는 휴대폰으로 택시를 잡고 있었다. 그때, 주위가 부산스러워졌다. 비닐 소리,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 종이봉투를 펼치는 소리들로 거실이 채워졌다.


문득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아버지가 두 개의 종이봉투에 고기, 치약, 비누, 칫솔, 김 등을 넣고 계셨다. "00이 이거 필요하니?" 각종 생필품을 보여주시며 나와 동생에게 물으셨다. "아빠도 사서 쓰잖아. 괜찮아요. 사서 쓰면 돼."라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손에 잡히는 물건들을 종이봉투에 넣기를 반복하셨다.


그렇게 종이봉투는 터질 듯 가득 찼다. 마치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이, 구석구석 들추며 김 한 장이라도 더 챙기려는 아버지를 보니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이유 모를 쓸쓸함이 전해졌다. 아버지는 지금 무엇을 나누고 계신 걸까.


그렇게 나는 한동안 생필품을 챙기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행여나 무거울까, 택시 안에 종이봉투를 넣어주시고 나를 향해 손바닥을 보이시는 아버지.


그날, 나는 아버지의 곁을 떠나는 것이 힘들었다.

옆에 묵직하게 놓인 종이봉투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울었다.


쓸쓸한 아버지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정작 나는 아버지에게 나눈 것도, 해드린 것도 없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자랑스러운 일을 만들지도 못했다. 이렇게 부족한데도 아버지는 행주 한 장, 김 한 장이라도 더 챙겨주려 하셨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글을 쓰며 그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휴대폰을 열어 저장된 아버지의 이름을 어루만져 본다.

<나의 전부♥>


그리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던 문자함에 들어가 지난 대화 내용을 다시 읽어본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문자 남겨두어라.'

10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아버지의 담담한 문자에 사랑을 느끼며, 살며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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