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교육에서 가장 바뀌어야 할 것은 교육방식이다
[창업교육,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 2편
모든 교육은 내용과 형식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창업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르치는 컨텐츠인 "창업"이 내용이 될 것이며, 이를 전달하는 방법이 "형식"입니다.
"내용"은 강의 컨텐츠를 말하며 "무엇을 전달 할 것인가"를 다루는 부분입니다.
"형식"은 흔히 딜리버리(Delivery)라고 표현하는데 "어떻게 전달 할 것인가"를 말하는 부분이며 교수법(Teaching method)을 말합니다. 이를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당연히 좋은 교육은 좋은 내용과 좋은 형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아래 벤다이어그램의 교집합 부분이 '좋은 교육'이 나오는 Sweet Spot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만약 두 영역의 한 부분만 만족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현장에서 그런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과거 제가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말 그대로 "교과서만 읽어주고 마치는" 교수님들이 더러 계셨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평가를 내리자면 딜리버리가 매우 낮은 수준의 교육자이지요. 하지만 연구 성과는 대단하셨습니다. 매년 탑저널에 여러 편의 논문을 내시기도 하셨지요. 이런 케이스가 극단적으로 컨텐츠(내용)은 있지만 형식(교수법)이 부족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회 경험없이 바로 강의업계로 뛰어든 주니어 강사를 예로 들겠습니다. 대부분 처음 강사업을 시작하면 자신의 컨텐츠가 없기에 기존에 있는 컨텐츠를 가지고 활용하는 교육을 합니다. MBTI, 애니어그램, 버크만, DiSC 등 진단도구 등을 사용한 교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이러한 몇가지 도구를 알려주고 수료시키는 강사양성과정도 많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강사일을 희망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지나 스피치 기술 등은 갖추고 온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그것이 강사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을 하지요. 전달력도 좋습니다. 다양한 강의 활성화 기법과 도구도 배워서 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강사님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자기 컨텐츠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확장성도 떨어지고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집니다. 이 사례가 반대로 딜리버리(교수법, 형식)은 좋은데 컨텐츠(내용)이 없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용과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창업 교육을 보면 가장 큰 문제는,
1) 내용에 있어서 거의 모든 창업 교육이 사업계획서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2) 형식에 있어서 세미나 방식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1번 문제인 창업 교육의 컨텐츠 부분은 본 연재(창업교육,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의 2부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 드릴 예정이라 본 포스팅에서는 교수법(형식)과 관련한 내용을 위주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교수법(敎授法)"은 말 그대로, "Teaching method" - '가르치는 방법'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지식을 배울 때 교과서를 읽을 수도 있고, 직접 실습을 해볼 수도 있고, 동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고, 놀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또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일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직무기술이 향상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식을 배울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우리는 교수법이라고 합니다.
교육학에서는 '교육공학'이라는 세부 전공에서 이를 다루는데 이렇게 이는 전문분야이며 교수자가 학습을 통해 배워야 사용할 수 있는 전문 기술입니다.
보통 강의에 있어서 많이 사용하는 교수법 방식은 강의식(Lecture), 워크샵 방식(Workshop, 실습),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액션러닝(Action Learning),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PBL(Problem-based learning), 사례연구(Case Study),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코칭(Coaching) 등등 다양한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세미나(Seminar) 방식을 의미하는 강의식(Lecture)은 우리가 흔히 편견을 가지고 있는 학창시절의 "주입식 교육"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교육 후 평균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잔존율(Average retention rates)이 가장 낮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창업 강사님들이 이런 다른 다양한 교수방법을 배운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학창시절에 직접 경험했던 '강의식' 수업을 위주로 한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조금 발전한 형태가 실습을 포함하는 정도이며 다른 기법을 주로 쓰시는 분들은 매우 드물게 보았습니다. 제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현재 국내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기획서 교육의 90% 정도는 강의+실습으로 진행됩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게이미피케이션으로 가르칠 순 없을까요?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디자인 씽킹으로 가르칠 수 없을까요? 팀빌딩을 PBL로 가르칠 수 없을까요? 무궁무진한 질문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교육학과 학부때 기본으로 배우는 "Learning Pyramid"입니다.
학습자는 자신이 읽은 것의 10%를 기억하고, 들은 것의 20%를 기억하고, 본 것의 30%, 보고 들은 것의 50%, 말하거나 직접 써본 것의 70%, 행동해본 것의 90%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1954년의 이 이론이 발전해서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강의식(5%)-읽기(10%)-시청각자료(20%)-시범(30%)-토론(50%)-실습(75%)-서로 가르쳐보기(90%)저는 지난 2017년 1월에 창업과 관련한 세계 최고의 대학인 미국의 Babson College에 창업교육자과정(Symposium for Entrepreneurship Educator) 프로그램에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미국대학랭킹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모두 제치고 무려 25년 동안 창업분야 부동의 1위를 하고 있는 명문입니다)
당시 이 과정의 주임교수님이 창업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Heidi Neck 교수님이셨는데 현재 USABE (United States Association for Small Business & Entrepreneurship)의 대표를 맡고 계실 정도로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이십니다.
이 분의 수업을 앞두고 저는 엄청 기대를 했죠. 과연 창업분야 세계 최고의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교수님이 하시는 수업은 어떨까 하구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그때 그 교육은 완전히 저를 개조시켰습니다. 정말 내내 입 벌리고 수업들을 정도로 내내 감탄했습니다. 컨텐츠는 말할 것도 없고(Babson의 수십년간 쌓아오며 개발한 컨텐츠의 퀄리티는 정말 엄청났습니다) 특히 감탄했던 것은 위에서 말한 거의 모든 종류의 교수법을 마치 저글링하듯이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컨텐츠에 맞춰 진행하던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문제풀이 스타일의 주입식 강의만 듣던 저의 사고체계가 완전히 바뀌게 된 경험이었지요. (일반적으로 성인 교육에서는 30~40분 단위로 교수법을 바꿔가면서 하는 것이 집중도에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보통 기업 교육을 하시는 강사님들은 이런 교수기법에 대한 트레이닝이 잘 되어 있지만 창업쪽 강사님들은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대학의 경우 별도의 교수법 관련한 센터가 있어서 교수님들의 강의역량 강화를 지원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창업 강사님들을 위한 창업교육법에 관한 강의가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다음번 연재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좋은 교육은 좋은 내용과 좋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2. 현재 국내의 창업 강의의 내용은 대부분 사업계획서 작성이며 형식은 강의와 일부 실습이 포함한 형태가 거의 대부분이다.
3. 더욱 강의의 효율을 높이고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창업교육을 하시는 강사님들도 다른 교육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학습 하실 필요가 있다.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들처럼 PPT 띄어놓고 자기 이야기만 하다 마치는 교육은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재]
1편 - 창업교육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https://brunch.co.kr/@choihs0228/61
2편 - 창업교육에서 가장 바뀌어야 할 것은 교육방식이다 https://brunch.co.kr/@choihs0228/152
3편 - 셀럽이 교육도 잘 가르치나요? https://brunch.co.kr/@choihs0228/153
새로운 창업 교육 과정 개발에 관심있으신 기관은 연락 주시면 상담 드리겠습니다.
choi.hyoseok@gmail.com / 010-9906-2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