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육회사 러닝스푼즈를 통해서 매월 두 차례씩 OKR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OKR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매월 많은 미팅과 세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애로점과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OKR 책은 일단 다 읽어보고, 팀원들끼리 스터디도 하고 해봤는데 정작 도입을 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이게 워크숍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특히 더 막막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여줘보면 역시 대부분 비슷하게 답변 하시는데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한 저의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국내에 번역된 OKR 도서 자체가 실무에 적용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내용의 대부분이 how to 가 아닌 사례 중심이며, 그 사례 역시 해외의 케이스라 국내 기업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확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기존에 OKR과 관련되어 출판된 세 권의 책들은 소개서에 가까우며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개서"에서 "매뉴얼"로 바뀌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데 이 '매뉴얼'이라는 것은 외부 전문가가 있다고 해도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지 결국은 회사 내부에서 부단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책만으로는 'OKR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정도'이지 '이 책을 읽고 OKR을 도입할 수 있겠다'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둘째, 책 자체의 내용도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며 각 조직의 상황에 맞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존 도어는 "OKR는 반드시 보상과 분리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만 OKR을 이미 시도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을 인터뷰한 결과는 '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평가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OKR을 사용하지는 말자'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그럼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존 도어는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무적으로는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존 도어가 책에서 말하는 방식으로" 또는 "구글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회사에 OKR을 도입하고자 하지만 애초에 모든 조직의 특성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데 일률적인 방법으로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지가 바로 아래의 중요한 이유입니다.
셋째, OKR은 제도가 아니라 문화입니다. (함께 읽을 글: OKR이 실패하는 이유)
저는 한국의 교육문화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 문화가 대부분의 문제-해결의 방법을 정답찾기식으로 접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고장난 타이어가 있으면 그것을 빼고 새 타이어로 갈아끼지요. 그러면 자동차는 다시 정상적으로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아직 많은 조직이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기존에 MBO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빼고 OKR이란 제도를 갈아 끼우면 즉시 동작할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도가 snapshot 이라면 문화는 motion-picture입니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것'이 아니라 '과수원에서 과일을 재배하는 것'이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문화'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으며, 한번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도입 후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학습을 하며 조금씩 더 우리 조직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Agile 철학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저는 사실상 OKR이 'Agile관점의 성과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차이점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조직에 OKR을 도입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1. '이론'보다 '체험'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구글이나 인텔에 가서 직접 배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이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워크숍'등을 통해, 이론적으로 학습한 OKR을 안전한 실험실에서 같이 토론하며 깨달음을 발견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2. OKR은 제도가 아니라 문화이기에, OKR만 배운다고 바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HR은 물론이거니와 전략, 재무,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교한 시계바퀴와 같습니다. 이를 위해 TF를 먼저 구성하시고 외부 전문가와 같이 과수원에서 과일을 재배하듯이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많은 시행착오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3. 그렇다면 그 테스팅의 시간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OKR이 기존 MBO와의 차이점 중 하나가 짧은 적용 시간입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성과를 측정하고자 할 때 아무리 주(weekly), 월(monthly), 분기(quarterly) 단위로 짧은 호흡을 가지고 한다지만 기본 구조는 연간 계획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따라서 1년의 사이클을 돌려봐야 2년차부터 시행착오를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에 1년 이상 테스팅해본 기업 자체가 아직 많지 않고,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이나 분기별로 OKR 방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적어도 한 분기 정도만 intensive하게 적용해보면 안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문화가 조직에 들어오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4. 제 경험에 비춰 말씀 드리자면, 책으로 독학하는 것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어떻게 실제로 OKR이 동작하는지를 외부 워크숍이나 전문가 초청을 통해 '경험' 해보시고, 그 방식대로 조직 내부에서 스터디나 TF등의 활동을 통해 반복해서 시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5. 경영진 차원의 전사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이 있는데 왼팔과 오른팔이 다르고 왼발과 오른발이 다를 수 있을까요? 조직문화는 우리 몸으로 치면 체질입니다. 온 몸이 원활히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일개 부서에서만 배운다고 원활히 돌아가지 않습니다. 전사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번 기회를 통해 OKR을 도입하여 조직문화 전반을 개선하자는 의지가 있어야 도입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많은 조직들이 OKR 도입을 시도하고 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기적으로 OKR관련 칼럼을 업로드하고 있으니 본 브런치 페이지 또는 저의 SNS채널을 팔로우 해주시면 관련자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보를 꾸준히 전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