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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May 15. 2020

나를 '표현' 한다는 것

적극적으로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하기

Improv 즉흥극 연습 모습


내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코칭을 배우면서다. 코칭이라는 분야는 심리상담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배운 코칭 방법론은 다른 곳에 비해서 연극 치료적인 내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론과 차별점이 있었다. 보통 상담이라고 하면 테이블에 마주 앉은 형태로 대화를 통해서 진행되지만, 내가 배우고 쓰는 Co-Active 코칭 스킬은 Embodiement라고 하여 신체를 활용한 기법을 중요하게 강조했다. 처음 겪는 경험이었는데 정말 매우 놀랍고 신기했다.


사실 교육학과 뇌과학에서 말하길, 우리에게 학습과 전이가 일어나게 하는 감각은 크게 시각, 청각, 운동감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운동감각을 통해 얻는 정보가 가장 많다. 인터넷으로 보는 강의가 정보를 얻는데만 그치게 되는데 반해 어린이집에서는 무조건 행동 중심의 학습으로 아이들의 뇌를 자극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 관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분야에서 몸을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만 푸는 것은 어느 정도 제한적인 경험이라는 배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코칭세션과 워크숍에서 가능하면 몸을 쓰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그런 계기로 Embodiement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니 사이코 드라마, 연극치료, 드라마테라피 등 내가 몰랐던 영역들을 알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작년에는 즉흥극으로 불리는 Improv라는 장르를 배우기 시작했다. 임프라브는 스토리와 대사를 사전에 정하지 않고 즉석에서 만들어 공연하는 장르이다. '즉흥극'이라 부른다.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적이지만 교육적 관점에서도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배우며 깨달았다. 실제로 기업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이나 팀빌딩과 같은 워크샵의 액티비티로 사용되고 있기도 한다. 만약 대사를 외워야 하는 정극이라면 되려 나는 더 소질이 없었을 것 같다. 정형화 된 것을 외우는 거에 소질이 없기도 하거니와 임프라브가 주는 자유로운 즉흥성이 나의 철학에 더 맞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올해는 심리극이라는 것도 배워보았다. 이건 철저하게 테라피의 목적인데 표현치료를 목적으로 극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처음 이것을 경험했을때 너무 충격적이어서 완전히 매료되었다.


나도 배우는 단계이지만 내가 진행하는 워크샵에 이런 드라마 기법을 차용해보았다. 결과는 정말 엄청나게 퍼포먼스가 증가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워크샵 중간에 눈물을 흘리는 학습자들도 많았고 굉장한 공명(resonance)이 발생하는 경험도 더러 있었다.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은 이미 영역 밖의 일이었다. 그런 경험을 겪으며 올해 사이코드라마(심리극)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순수한 재미로서 정극을 더 배워보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인사이트를 간단히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코칭이든 심리상담이든 나의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내면의 문제를 찾아 꺼내는 것이다. 그 작업을 혼자 하기 어려우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유능한 코치나 상담가는 대화의 기술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내면의 어려움을 꺼내도록 도와준다. 

꺼내는 기법에는 대화를 통한 기술(경청과 질문)이 가장 많지만 그 외에도 예술적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한다든지(미술치료), 소리로 표현을 하게 한다든지(음악치료), 몸으로 표현하게(연극치료) 하기도 하고, 글로 써보게 하기도 한다(글쓰기치료).


그런데 세상에 마음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경중의 문제이지 모두 해결하고 싶은 마음의 문제가 있으며 설령 문제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싶은 니즈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렇기에 치료가 아닌 예방과 개발의 차원에서라도 이렇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습관적으로 할 말한 좋은 것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의 경우엔, 나는 우선 매일 이렇게 글을 쓴다. 타인에게 내 생각과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목적 보다는 나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더 크다. 나에겐 글을 매일 쓰는 루틴이 일종의 테라피인 것이다.

또 매주 즉흥극 연습을 나가면서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내 몸의 감각을 확장시키는 연습을 한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이지만 이 역시 그 자체로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또 나는 취미로 간단히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어려서 다행히 여러 악기들을 접할 기회들이 있어서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습에 몰입하면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미술은 아직 못하지만 꼭 배우려는 계획 중 하나이다.


*


우리는 매일 매일 열심히 살지만 대부분은 Input을 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를 보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이런 것들을 통해 내면에 무언가 쌓아 놓는 것이 재산처럼 우리를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병행해서 Output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밸런스가 유지될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Output이 바로 '표현'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 하는 것. 우리는 이것을 잘 숨기는 것이 미덕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 감정을 숨긴다고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당장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길게는 서로 숨긴 마음과 감정으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그래서 코칭이나 워크샵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게 이끄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일이 아니더라도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질문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끄집어 내고 행동을 통해 그들의 잠재력을 꺼내도록 돕는다.


나와 같이 직업적으로 이것을 돕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좋지만 자신의 작은 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이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오늘부터 내 감정을 숨기려하지 말고 글로,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일을 시작해보자.

나는 그것이 나 자신과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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