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에서 가장 널리 퍼져있는 강박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가 아닐까.
새벽 루틴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본업말고 부업으로도 돈을 벌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구하는 모습들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데 조금 생각 해보면 이것은 일이나 돈에 관한 최선이지 그 외의 것을 포함한 내 삶 전체에 대한 최선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최선을 다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나 최선을 다해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것 역시 우리가 의도를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말에도 나와 일을 하고, 잠도 안자고 일만 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열심히 산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국내 최고의 한 보디빌더의 영상을 보았다.
그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매일 2~3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댓글로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칭송하였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다들 아시다시피 근육은 휴식할때 성장한다. 그래서 운동하는 사람들에겐 휴식과 영양이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그는 영상에서 자신에겐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였다. 우선 그 모습이 흡연하는 사람이 담배 피지 말라고 하는 모습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그였다면 운동을 사랑하는 자신의 팬을 위해 솔선수범으로 푹쉬며 몸 컨디션을 관리하는 모습을 모범으로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보면서 너무 신기해서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매일 두세시간 밖에 자지 못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의 영상을 몇 편 더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원래 타고난 성실함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는 자신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일일이 직접 해야 하는 성향인 듯 보였다. 일일이 직접 컨펌하고 직접 자기 손으로 해야 만족이 되는 그런 사람인 듯 했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일의 완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생산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회사로 치자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하면서 보고서의 오탈자 하나하나 다 체크하는 임원을 생각하면 된다. 다른 직원을 믿지 못하니 권한 위임을 내리지도 못하고 스스로 매일 야근하며 자신과 주변을 힘들게 하는 그런 부류다. 물론 그 보디빌더는 사업체가 아니고 혼자 활동하지만 나라면 그런 부수적인 일은 주변에 과감히 맡기고 자신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것 같다.
사실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본다. 위에서 말하는 권한 위임을 하지 못하고 매일 야근하는 팀 리더들도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나는 여기서 '완벽해야 한다(flawless)'와 '내가 가장 잘 안다'라는 강박을 내려놓으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완벽'은 결국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평가다. 자신의 스탠다드를 어느 정도로만 낮춰도 삶이 괴롭지 않게 된다. 완전한 무결점의 마스터피스를 필요로 할 때도 있지만 그것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하는 삶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할 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궁극의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휴유증으로 회사 내부는 엉망이 되고 관련한 사람들이 다 퇴사했다고 치자.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착시도 스스로의 믿음이다. 정보를 가장 많이 아는 것도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 역시 다른 영역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인정받기 위해 가짜 권위를 이용해서 다른 의견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내적인 만족은 하겠지만 성장은 어렵다. 사람은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Agile한 사람은 과정과 평가에 열려있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며, 끊임없이 보완해가는 과정에서 성장이 일어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본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난다.
인간처럼 뼈가 있는 생물은 겉의 피부가 다치면 아프지만 뼈가 있어서 부러지지는 않는다고. 다만 어떤 곤충들은 뼈가 없는 대신 단단한 껍질이 표피를 감싸고 있다고 한다. 외부의 자극에는 강하지만 그 껍질이 벗겨지는 순간 상처로 금방 죽는다고 한다.
강박은 이런 껍질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갑옷 같은 역할을 때때로 하지만,
실제로는 그 강박이 벗겨지면 우리는 너무나 약하게 쓰러지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그런 껍질이 없어도 상처받지 않는 그런 것.
단단한 외모의 보디빌더여서 그런지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