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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Dec 28. 2020

직접 해봐야 한다

OKR이나 애자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과정은 간과하고 결과만을 모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성공을 이끈 조직문화 방식을 우리 회사에 이식하면 우리 회사도 구글이 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문화는 역동이고 갈등과 합의, 통합과 대립이 무늬와 결처럼 새겨지며 얽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베틀질 없이 포토카피를 해버린다한들 오리지널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MBA 과정은 모든 수업을 케이스 스터디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케이스(case)란 단순히 사례를 배워가는 것이 아니다. 악기를 배울때 우리는 릭(Lick)이라는 것을 연습한다. 유명한 솔로의 phrase를 카피하는 것인데 똑같이 흉내내는 것을 이 연습의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절대 일류 연주자가 될 수 없다. 사실상 lick이라는 연습 방법을 통해 나올 수 있는 멜로디의 모든 경우의 수를 숙달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작가들에게는 "필사"가 가장 좋은 연습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구절들을 줄줄 외워도 자신의 스토리가 없으면 그 글을 살아있는 문장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의 마지막 장면은 평생을 영화라는 세상에 갇혀 살았던 주인공의 마지막 작품이 결국은 모두 다른 유명한 작품에서 표절한 것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장면이다.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의 마지막 장면인 경쟁의 탑 위에 올라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허무함이 이런 것이었을까.


"다른 회사의 사례를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여드린 사례는 항상 그 회사의 슬라이드에 들어간다. 이러한 방식은 보고용으로 업무 시간을 줄이는데만 필요하지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자생력을 저하시킨다. 사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것을 '참고만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카피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긴 호흡을 함께 하자고 말한다. 


이렇게 해보자.


회사에 새로운 문화나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1. 목적 : 우리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한다.


2. 참여 : 모든 사람, 또는 모든 사람을 골고루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정한다.


3. 합의 : 그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적극 존중하며 다수가 합의하는 방안을 찾는다. 


4. 시도 : 결정된 내용을 완전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도한다. 그리고 지속한다.


5. 피드백 : 진행 절차에서 학습하게 된 내용을 조직의 경험 자산으로 만든다(중요).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시도에는 더 나은 실행을 한다.


6. 발전 : 완전한 정착이란 없으므로 지속적인 반복과 피드백을 통해 더욱 실행의 시행 착오를 줄여가며 완성도를 높인다.


솔루션이 아닌, 시스템을 만들면 어떠한 제도도 시간은 걸릴지언정 내재화를 시킬 수 있다. 외부 컨설턴트는 근거를 보여주는 일을 하는 것이지 그것을 실행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거나 동기부여를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오롯이 변화를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도전에 직면하는 것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팀 리더십은 이러한 accountability에서 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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