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럭바라 Dec 23. 2020

엄마 혈압이 정상이 됐어요!

히어로 엄마


의사가 놀랬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건강 프로그램 참가자로부터 카톡이 왔다. 참가자 분의 60대 중반인 어머니가 고혈압을 앓고 계셨는데 의사가 놀랄 정도로 호전이 됐다고 했다. 고혈압이 있던 건 알고 있었지만 50대 초반부터 약을 드시고 계신 건 몰랐다. 의사가 "도대체 뭘 하셨길래 혈압이 안정됐나요?"라고 놀랠 만큼 상태가 호전되셨다.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최고 혈압이 150을 넘나들었지만 현재는 100 아래로 떨어졌다.


 참가자 분의 어머님은 직접 참가는 하진 않으시지만 직간접적으로 꾸준하게 참여하고 계셨다. 참가자 분은 현재 10kg 이상 감량했다. 어머님은 가시적으로 건강해지는 딸을 보며 더 열심히 하셨던 것 같다. (덜 가시적이지만 본인도 건강해지는 걸 느끼셨다.) 나는 같이 참여하시는 건 알았지만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정확하게 어떤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따님을 통해 조언해드린 게 끝이다.


 60대 이상의 고령자는 건강에 대한 조언을 한 적이 없어 조심스러웠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이때까지 했던 행동들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의학 계열과 관련이 없다. 그저 내 몸으로 실험하고 책으로 공부한 비전문가다. 이런 나를 믿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권유한 사항을 잘 지켜주셨다.(지금까지도)


 밥심?
쌀이 무조건 건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인은 밥심이다."라는 프레임이 있다. 이 말은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일정 부분 맥락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밥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 점점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밥으로 떨어진 힘을 보충하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참가자 분의 어머니도 내 얘기를 듣고 놀라셨다.) 그렇지만 많은 연구에서 나이가 들수록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양은 비교적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구하기 쉬운 반면, 한국은 탄수화물(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도 구분해야 하지만 대부분 나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과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되기 쉽다. (쌀을 포함한 곡식이 무조건 안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하면서 읽었으면 한다.) 대부분 장수 국가나 도시는 곡식 대신 고구마, 감자 등 구황 작물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곡물은 지중해식 식단 중에서 부정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이 지역 사람들은 곡물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곡물을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이다. 사실 이탈리아인들은 곡물 의존도가 높아서 전반적으로 관절염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특히 사르데냐 사람들은 자가면역질환 비율이 매우 높다. 이렇게 장수촌으로 알려진 곳에서도 장내 유익균은 여전히 곡물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퀴노아와 파로 같은 새로운 '곡물'도 포함된다.
<장수의 역설> p.86-87


 가난할수록 비만 비율이 높아진다. 가난할수록 싸고 배를 채울 수 있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는 영향도 크다. 제대로 식단을 짜지 못하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제대로 짠다면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 첫 째, 우선 적게 먹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단식 시간을 최소 12시간 유지하면 효과는 배로 가져온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14~16시간 공복 기간을 유지하면 좋다. 둘째, 뭘 먹는 것보다 안 먹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는 식단에 대해 조언할 때 안 먹는 것부터 나열해준다. 건강한 식단 및 영양제를 아무리 잘 챙겨 먹어도 밀가루, 설탕, 식물성 기름, 우유 등을 섭취하면 돈은 많이 들고 건강은 더 악화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다


 현재 참가자 분의 어머님은 혈압약을 줄이거나 끊을 계획을 의사와 상의 중이다. 현재 체중도 소폭 감소했다. 위의 글만 보면 식단 조절만을 통해서 건강을 되찾은 것 같다. 그렇지만 식단뿐만 아니라 운동, 잠, 스트레스 관리 등 모든 생활 패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셨다. 나는 인지적인 뇌와 타협하지 않고, 몸과 물리적인 뇌에 따라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하나하나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이 쉬워 보이지만, 연결되면 아무나 하지 않을 생활 습관들이다. (무슨 습관들인지 추후에 정리해서 올려보겠다.)


 안티프래질은 시간을 좋아한다. 쉽게 말하면, 장기간 혈압과 건강 상태가 좋은 상태로 꾸준하게 유지돼야 한다. 아직 장기적으로 혈압이 정상 범위에 있는지 꾸준하게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행동해야 한다. 하나의 작은 변수 때문에 혈압은 금방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은 복잡계라 정답이 없다.


 나는 무지하며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참가자 분의 어머님이 고혈압을 일시적이지만 정상 범위에 든 이유는 행동하셨기 때문이다. 더불어 누구보다 어머님을 잘 이해한 참가자 분이 메신저와 동반자 역할을 잘한 것이 9할 이상이다. 나이 든 사람에 대해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렇지만 60년 이상의 본인 패턴을 바꾸고 다시 배우고 행동하신 어머님이 존경스럽다. 현재는 내가 추천한 책들을 읽거나 다른 채널을 통해 공부하고 계신다.


뱀과 싸울지 먹힐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빛을 원한다면 싸우는 것밖에 없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 때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악화될 확률이 높다. 여기서 확률은 양적, 과학적이 아닌 질적이며 단어 그대로의 확률이다. 똑같이 행동했는데 건강 적신호가 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 프래질 한 행동이다. 건강해지기 위한 시도를 미룰수록 큰 재앙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뱀에 잡아먹히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식단 조금 바꾸는 행위 자체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어제보다 더 건강한 나은 내가 되기 위한 행동은 영웅적인 행동이다.


 그런 영웅적인 행동이 쌓이면 건강한 몸뿐만 아니라 식비 절감, 병원비 감소 등 경제적인 혜택도 선물 받을 확률이 높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60대 이상 고령이거나(요즘은 80 이상이 고령이라고 하지만) 고혈압이 있으면 과감하게 밥 3 분의 1부터 줄여보길 권장한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행동이 당신을 뱀과 맞서는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다.


#건강 #고혈압 #습관 #다이어트


참고도서

<오래도록 젊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스티븐 R. 건드리 지음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안티프래질> 나심 탈래브 지음


사진출처

Pixabay.com

작가의 이전글 돈 안 쓰고 다이어트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