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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폰

by GQ

자녀가 부모님께 전화를 걸면 부모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가끔 부모님께 전화하는 게 어색하다. 세대차, 거리감, 공감대의 단절…. 하지만 손자, 손녀가 전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야기꽃이 피고 웃음이 번지고 그 기쁨은 고스란히 '효도'가 된다.

-스스로 배우는 아이로 자라는 중입니다 中-


울 아들은 매일 할머니들께 전화한다. 벌써 오 년은 된 것 같다. 아들이란 짐승은 단순해서 보상만 확실하면 고민 없이 임무를 수행한다. 게임을 보상으로 하는 정적 강화가 좋으냐 그렇지 않으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게임 시간을 벌기 위해 시작한 효도 전화가 이제는 습관이 되고, 삶이 되고, 정서가 되었다. 정적 강화는 외부 보상에만 집착하게 되고 내적 동기가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는데, 삶이 되어버리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 동기의 유무마저 무의미하게 만든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부모님께 용건 없이 전화하는 일은 어쩐지 어색하다. 그래서 종종 아들이 전화할 때 전화기를 빌린다.

"엄마~ 뭐 필요한 건 없으시고? 허리 아픈 건 좀 괜찮아?"

나중에 울 아들도 손자의 전화를 빌려 나에게 안부를 묻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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