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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이로운 문장은 단 한 문장도 써서는 안 된다.

by GQ

폭력에 이로운 문장은 단 한 문장도 써서는 안 된다.

우.리.는.숨.을.쉰.다,에 수록된 원고의 첫 문장이어었다.

첫날 원고를 봉투에서 꺼내 그 첫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등이 반듯하게 펴지는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中-

블라인드 러브라는 미국 예능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만으로 사랑에 빠지면 청혼을 하는, 그런 부류의 예능이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는 마치 평생을 함께할 것처럼 마법 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곧 뻔하디뻔한 갈등이 생기곤 한다.

여자가 물었다.

"나랑 당신이 함께 클럽에 갔는데 만약 덩치가 당신보다 큰 남자가 나에게 와서 추파를 던진다면 어떻게 할 거야?"

남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모르는 척할 거야."

"그렇다면 만약 그 남자가 내 허리를 감싼다면 어떻게 할 거야?"

"경비를 부를 거야."

"아니, 그 남자가 나를 터치했다고! 그런데 당신은 경비나 부르겠다고?"

"응, 나는 어떤 문제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좋아, 그럼 그 남자가 당신과 같은 덩치라면?"

"마찬가지야. 덩치가 커서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야."

"그럼 그 남자가 당신보다 훨씬 왜소한 사람이라면?"

"그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비겁해 보여도 어쩔 수 없어."

이견이야 많겠지만,

나도 종종 생각한다.

정의로운 폭력보다 비겁한 평화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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