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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by GQ

젊은이들이 오로지 사랑스럽게만 보일 때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이를 먹는 게 나쁘지 않다. 청춘을 통과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향한 은근한 부러움, 눈을 비비고 있어도 빛이 나는 그들을 향해 물결처럼 퍼지던 상실감이 가라앉고 오로지 그들이 무엇에도 압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기만을 바라게 도는 것도 나이를 먹는 일에 속하니까.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中-


젊음과 닭발냄새로 끈적한 한신포차. 소주를 들이켜며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청년을 바라본다. 준수한 외모에 짧게 다듬은 크롭컷이 이마 위에 단정히 눌려 있고, 핏한 반팔티 소매로 단단한 팔뚝이 드러난다. 주변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이 무심한 척 대화를 하며 흘끔흘끔 쳐다본다.


새끼, 부럽다.


시기와 상실감이 건재한 걸 보니, 아직 난 제대로 나이를 먹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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