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디지게 처맞기 전에는...
마이크 타이슨 형님의 말씀이다
복부에 퍽하고 훅이 들어왔다. '으억'하는 외마디와 함께 내 그럴싸한 계획은 사라졌다. 내일의 죠가 처참하게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을 때처럼 털썩 주저앉았다. (사실 그렇게 멋있진 않았다.)
이제 복싱을 배운 지 두 달 남짓되었다. 링 위에 스파링을 하는 고수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 나도 링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성향이 마조히스트는 아닌데도 한번 진짜 곤죽이 되도록 맞아보고 싶었다. 한번 디지게 처맞더라도 하얗게 불태워보고 싶었다. 내일의 죠처럼......
관장이 그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물었다.
"언젠가 링 위에 한번 올라가셔야죠?"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지금요! 지금 올라가고 싶어요."
관장의 흔들리는 동공을 봤다.
잠시 망설이더니, 링 위에서 몸을 풀던 고수에게 말했다.
"스파링 한 판만 해줘요"
링 위로 올라가 가볍게 스텝을 뛰어 보았다. 몸이 가뿐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기대와는 다르게 고수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내 펀치를 가볍게 피하기만 할 뿐.
"때려주세요."
"네?"
"맞고 싶어요."
"아..."
하지만 역시 살살 때리기만 할 뿐 진짜 펀치맛은 보여주지 않았다. 도발만이 답이었다. 콩콩이 스텝을 이용해 쨉을 두 번 날린 후, 오른손 카운터. 멋지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가드를 피해 얼굴을 맞혔다. 순간 고수의 눈빛이 변했다. 어쭈 이 자식 봐라? 이런 눈빛이었다.
세 번 다운이 되었다. 훅이 정통으로 들어오면 아프다는 생각보다 숨이 안 쉬어진다는 생각만 들었다. 얻어맞고 쓰러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난 마조히스트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갈비뼈가 아팠다. 그냥 타박상이겠거니 싶었는데 며칠째 아프다.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이다. 아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갈비뼈가 붙으면 다시 한번 부탁해보려고 한다.
"저기요, 다시 한번만 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