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는다. 울 엄마 나이가 여든이 다 되어가는데 말이다. 엄마가 동안이라서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거다.
어제 눈길에 미끄러지신 엄마가 응급실에 실려 오셨다. 살짝 엉덩방아를 찧었는데도 결국 팔목이 골절되고 1번 요추가 주저앉았다.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올라오는데 간병인분들이 일사불란하게 달라붙는다. 응급실 침대에서 입원실 침대로 엄마를 옮기고, 환자복으로 갈아입히면서 그러는 거다.
"어머~ 우리 할머니 눈썹 문신하셨네~ 멋쟁이시다~"
그렇게 말하는 간병인도 나에게는 이모뻘이었는데 그분이 할머니라고 부르니 살짝 빈정이 상했다. 울 엄마가 어디 할머니처럼 생겼단 말인가? 하고 유심히 쳐다보니 과연 할머니 같기도 하다. 어쩐지 기분이 좀 서글퍼졌다.
가족끼리는 관계에 의해 영구적인 시절이 박제되는 법이다.
아들은 백발이 성성해도 애처럼 보이는 법이고 엄마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그저 어릴 적 짱짱했던 엄마처럼 보인다. 어쩌면 가장 사랑했던 시절, 그 시절 그 모습으로 기억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할머니가 되어버린 울 엄마. 조금 천천히 늙어요. 뭐가 그리 바쁘시대. 울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