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한 적이 있다. 집으로 곧장 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하교 전 텅 빈 오락실에 들어섰다. 바깥보다는 3도쯤 서늘한 공기, 어둑한 조명, 바닥에 뱉은 침 냄새와 곰팡내.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어둡고 음침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 같은 미묘한 배덕감에 속이 울렁거렸다. 나만의 작은 일탈이 주는 짜릿함과 불안감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십 수 대의 오락기에서 제각각의 BGM이 흘러나오지만, 유독 보글보글 BGM은 더 크고 선명하게 들린다. 아~ 내가 오락실에 왔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던 그 음악.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글보글 BGM을 들었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인데 그 시절 그 배덕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괜시리 속이 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