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나면 딱히 할 일이랄 게 없던 시절이라, 밤에 가끔 시골길에 나와 밤풍경을 구경하곤 했다. 산은 칠흙같이 검은데, 밤하늘은 묘하게 푸르스름했다. 빛이라곤 달빛 밖에 없던 풍경.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보면 산에서 홀로 우는 소쩍새 울음소리가 고요한 세상을 채웠다. 한을 품은 듯 애절한 그 울음소리를 듣다보면 현실감을 잃고 평온해졌다.
소쩍새는 여름 철새니 지금쯤 고향 뒷산에 둥지를 틀었겠지. 아마 지금도 '소쩍,소쩍'하고 애달프게하게 울어대고 있을테다. 요즘같이 불면의 밤에 시달리다보면 달빛만 내려앉은 시골길에 서서 듣던 그 소쩍새 울음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