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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받고, 사랑해!

by GQ

아들이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무렇게나 옷을 주워입고는 부리나케 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아빠 찬율이랑 놀다 들어올게~ 전화받고, 사랑해!"

"응~ 아빠도 사랑해!"

신발을 신으면서 한 번 더 인사를 한다.

"전화 받고, 사랑해!"

"응~"

현관 문을 닫으면서 인사를 한 번 더 한다.

"전화 받고, 사랑해!"

"알았어 인마, 얼렁 가!"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특정 횟수에 맞춰 말을 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강박증 같은 것일까? 아들은 늘 전화 받고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한다. 아침에 등교할 때도, 학원 갈 때도, 친구랑 놀러 나갈 때도,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저.



보통 강박 장애라고 하면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해진 횟수만큼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울 아들의 반복에는 횟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본인이 만족할만한 말맛으로 딱 떨어질 때까지 반복한다. 무엇이 같은 말을 반복하게 했는지 모른다.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건지, 혹은 통제감을 얻으려는 건지, 혹은 단순한 의식화의 일종인 건지…….



다만 이것이 아이의 큰 정서적 혹은 심리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고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온종일 맴도는 그 목소리가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아빠~ 전화 받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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