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느끼는 일이 어느 순간 특별한 의식처럼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점점 더 계절에 무뎌지고 있다....(중략) 잠시 걸음을 멈추어 눈에 담아보자. 잃어버린 계절이 거기 숨어 있을테니까.
-식물 좋아하세요? 中-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을 보고서야, 거기에 개나리가 있었던 줄 깨닫곤 한다. 일 년 내내, 아니 수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식물인데도, 꽃이 피었을 때만 그 존재를 알아챘다가 또 까맣게 잊고 지낸다. 가는 계절이 야속한 나이가 되다 보니 이제 계절을 알리는 그 필사적인 신호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찬바람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매화,
봄볕이 마음을 녹일 무렵 가지마다 피어나는 노란 산수유,
생사마저 의심스러웠던 메마른 가지에 새로 돋아난 연초록 이파리.
아 봄이구나.
또 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