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남자야 호르몬이 감소하면 재수 없어지고, 철자법이 틀리거나 이빨에 고춧가루가 끼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도 오만 정이 떨어지지만, 새끼 남자라는 것은 뭔 짓을 해도 마냥 귀엽고 질리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 매력적인 짐승(?)은 처음이었다.
-미오기展 중-
아들을 처음 본 S는 아들이 개구쟁이가 아니냐고 물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나는 꽤 모범적인 아들로 살았다. 개구쟁이는 내 포지션이 아니었다. 보통 그 포지션은 형이 맡고 있었는데, 마당을 가로지르며 도망가는 어린 형과 싸리 빗자루를 높게 들고 뒤를 쫓는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뭔 짓을 해도 마냥 귀여운 아들이 근심·걱정 없는 개구쟁이로 컸으면 좋겠다. 온종일 제멋대로 뛰어놀다가 곤히 잠든 아들의 정수리 냄새를 맡곤 한다. 행복에도 냄새가 있다면 아마 이런 냄새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잠든 새끼 짐승의 볼에 뽀뽀를 열 번쯤하고 나서야 나도 잠이 든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