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앞에 다가와서 히죽거리는 미친 여자를 할머니는 끝내 빵 한 개 안 주고 매몰차게 쫓아버렸다. 미친 여자는 작대기를 땅바닥에 질질 끌며 도망쳐갔다.
-새의 선물 中-
어느 동네에 사는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택시도 버스도 동네 안까지 들어오질 않는 동네였으니 아마 지척에서 살았던 것 같다.
엄마는 절대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수저를 한 벌 챙겨 밥상에 올려두고 팔목을 끌어 앉혀 정성껏 밥을 대접했다. 어린 나는 '온전치 못한 정신'보다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던 모습'에 더 거부감을 가졌던 것 같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무광인지 유광인지, 은색인지 금색인지, 감자를 깎는 술끝이 닳은 숟가락이었는지, 자루에 새겨진 문양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기억했다. 그리고는 그 수저는 한참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종종 그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과거 시대의 낭만을 그리워하는 부류이지만, 그 시대에 깃든 야만이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미쳤다'라는 말로 온갖 정신질환을 하나로 뭉뚱그렸던 그 냉혹함과 무지함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던가. 돌이켜 보면 엄마의 마음은 친절도 호의도, 위선이나 도덕적 우월감도 아닌 그냥 도리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