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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안 매력

by 초이조


해외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숙박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된다. 부족함 없이 돈을 쓰고 엄청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할 것인지,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가성비를 따질 것인지. 여행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여행의 테마는 무엇인지 등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혼자 하는 여행일 때는 온전히 혼자 부담해야 하는 숙박비가 부담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고려대상이 되는 곳이 한인민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는 외국에서 가면서 한인 민박을 왜 가지?라고 생각했다. 그곳에 가면 내가 있는 곳이 해외인지 한국인지 가늠이 안 될 것 같기도 했고 한식을 무조건 먹어야 하는 편도 아니었고 보통 혼자 가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로 혼자 하는 여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자, 제일 큰 비용 문제에서 한인 민박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인실도 아닌 도미토리를 말이다.


처음에는 겪어보지 않은 도미토리에서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하지만, 잊고 있었다. 여행자의 신분이라는 것을. 여행자는 피곤하다. 매일 최소만 오천보를 걷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을 써서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누우면 바로 곯아떨어졌다.


게다가 민박 집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중년 친구분들끼리의 여행, 유럽으로 교환학생 온 친구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재정비를 위해 여행 온 사람들, 정년퇴직하고 장기간 여행 중인 부부, 딸의 졸업기념 여행 중인 모녀 등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만났다. 만약, 호스텔에서 묵었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있겠지만, 그렇게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혼자 여행하다 보면 문득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좋은 곳에 같을 때는 감상을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민박집에서 만난 사람 중에 일정이나 동선이 맞으면 동행하기도 하면서 혼자만의 여행에서의 아쉬움을 채울 수도 있었다. 밤마다 맥주 한 잔 하며 서로의 여행 후기, 정보 공유를 하다 보니 한인민박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동안 왜 한인민박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곳인데 말이다. 정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한인민박은 적합하지 않겠지만, 적당한 북적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한인 민박에 묵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 혼자 하는 여행은 한인 민박을 이용해볼까 한다. 평소 먹기 힘든 한식까지 먹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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