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소음, 레이스

<F1 더 무비>를 보고

by 최주식


여자가 묻는다. 하지만, 왜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운전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남자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레이싱은 그렇게 잘못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남자에게 중요합니다. 레이싱을 할 때… 그것이 바로 삶입니다. 레이싱 전이나 그후에 일어난 일은 모두 기다림일 뿐입니다.

남자는 배우 스티브 맥퀸. 영화 <르망>(1970) 속 대사다. 자동차 경주, 특히 르망 24와 같은 내구레이스를 인생에 비유할 때 종종 인용되는 장면이다. 최근 브래드 피트가 50대의 나이에 F1 챔피언에 오르는 영화 <F1 더 무비>를 봤다. 영화는 영화다. 톰 크루즈가 육해공에서 고군분투하는 <미션 임파서블 8>보다는 훨씬 보기 편했다. 아니, 재미있었고 완전히 몰입되었다. F1은 확실히 미국과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한때 우리나라 영암에서 F1이 개최되었다는 사실이 꿈결처럼 희미하다.


브래드 피트가 같은 팀의 루키 레이서에게 묻는다. 너는 왜 레이싱을 하느냐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명성과 인기, 협찬, 여자… 때문이라고. 브래드가 다시 말한다. 그건 모두 소음일 뿐이라고. 중요한 건 내일 경주에 집중하는 것뿐이라고.


사실 영화 <F1 더 무비>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 오로지 F1 머신의 속도와 사운드, 그리고 경쟁. 그것을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게 담아낸 카메라 워크와 감독의 역량. 한스 짐머의 음악 등이 압권이다. <르망>과 같은 철학은 보이지 않는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대사는 브래드 피트가 말한 “소음”이었다.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운드 때문이었는데, ‘사운드’와 ‘소음’이라는 단어가 대비되며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생이라는 것도 어쩌면 사운드와 소음을 오가는 것. 어느쪽에 오래 머무느냐의 차이. 영화 속 브래드는 과거 한때 유망했으나 사고 이후 궤도를 벗어난 삶을 산다. 이혼과 도박 중독 등 남들이 보기엔 실패한 삶이다. 그럼에도 그는 떠돌이 레이서로 경주판을 떠나지 못한다. 여기서 스티브 맥퀸의 말이 연결된다. “잘못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남자에게 레이싱은 그것을 바로잡을 유일한 순간”이라는 말.


우리 모두가 레이서가 되어 트랙 위를 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이라는 트랙 위를 달리고 있다. 속도와 방향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이 길 위에서,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을 것이다. 나는 지금 왜 달리고 있나. 무엇을 위해서? 수많은 답을 생각하고 말해왔겠지만, 결국은 하나로 귀결되는 지점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지금’과 가장 치열하게 연결되는 것은 ‘속도’다. 삶의 속도. 그래서 레이싱 영화가 인생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설적인 레이서 스털링 모스는 이렇게 말했다. “코너를 빠르게 진입해서 죽는 것보다, 천천히 들어가서 빨리 나오는 것이 낫다.” 나는 지금 코너에 들어가고 있는가 아님 빠져나오는 중인가. 인생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빨리 빠져나온 다음 다시 빠르게 달리거나, 천천히 달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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