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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KE Jun 14. 2020

성장한다는 것

디자이너의 퇴사와 이직에 관하여

두 달 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플레이크를 창업했다. 왜 회사를 나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 내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브런치도 세 달 정도 방치가 되어있었다. 놓았던 정신줄을 잡고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5년 전 네이버 퇴사 후 여행했던 베를린에서의 경험을 짧게 공유한다.      


성장한다는 것

나는 이상하게 걷는다. 약간 뒤뚱뒤뚱... 아니 뒤뚱뒤뚱 보다 아장아장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나도 내가 팔자로 걷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A가 걸음걸이가 웃기다며 찍어준 동영상 속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A와 나는 오래전 허리통이 큰 바지를 즐겨 입었을 때,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게 엉거주춤하게 걸었던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아장아장 걸음으로 베를린 미테 지구를 돌아볼 만큼 돌아본 후,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 신발을 하나 사기 위해 no74에 들렀다. 프리미엄 라인만을 에디션 해 놓은 곳이라 대부분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쏙 마음에 드는 신발이 있어 구입하기로 했다.


직원에게 260mm를 부탁하고 신어보았다. 역시 꼭 맞았다. 지갑을 꺼내 구입을 하려는 순간 A가 앞코를 눌러보고는 이것은 맞지 않는 사이즈라 했다. 발 앞으로 10mm 정도가 남는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님이 신발 앞코에 손가락 하나 정도 공간이 남는 사이즈에 신발을 사주었기 때문에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그 사이즈가 맞는 사이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발이 약간 헐렁한 느낌을 끈을 억지스럽게 졸라매어 헐겁지 않게 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성장기 아들이 발이 자랄 것을 염두에 두고 늘 약간 큰 사이즈에 신발을 사주었던 것 같다. 발이 자라 신발이 꼭 맞게 되거나 발 보다 신발이 작아질 때 즈음 새 신발을 샀다.


회사생활도 신발과 마찬가지이다. 내 발 사이즈보다 치수가 큰 회사를 선택하고, 내가 성장해 신발에 발이 꽉 끼게 되면 더 큰 신발로 바꿔 신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내 발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계속해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제공해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다면 떠나야 할 때인 것이다. 나는 졸업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지금의 나는 발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딱 맞는 신발을 사는 것이 맞겠지만, 여전히 나는 5mm 정도가 큰 신발을 샀다.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꽤 길게 여행을 하며 쌓여있던 생각을 정리했다. 가득차있던 것을 비우면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를 못했다. 여러차례 퇴사를 하며 여행지에서 썼던 글을 모아보니 길고 짧은 40개 정도의 양이되었다. 전문적이지도않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가능하다면 책으로 엮어보고싶다.


instagram.com/ki_flake

에도 간간히 작업물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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