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편안한 바다낚시의 끝판왕
작년에 다녀왔던 통영 거제 여행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올해도 2박 3일(10.16~10.18) 일정으로 통영 낚시여행을 다녀왔다. 내비로 찍어보니 춘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통영항 한산대첩 광장까지 5시간 2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춘천-원주-안동-대구-창원-통영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보니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면 대략 6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를 3시간 정도 달리고 달려 대구를 조금 지나 "현풍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2시간여를 더 달려서 드디어 통영에 도착하였다. 가장 먼저 우리의 목적지인 한산대첩광장 앞 해안로 벤치에 앉아 주변 바다풍경을 감상한 뒤 근처에 있는 "브룩스 호텔"이라는 아담한 숙소를 예약하고 바로 이동하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5시 반쯤 나와서 "태풍관"이라는 해산물 맛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바로 낚시 포인트로 갔다.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적하고 발판이 좋아서 낚시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더군다나 바로 길건너에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있고 깔끔한 카페도 있어서 언제나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상황에도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원투낚시뿐만 아니라 찌낚시, 루어낚시와 민장대낚시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바람이 좀 불었지만 바다도 잔잔하고 드나드는 배도 거의 없어서 서둘러 채비를 펼치고 6시 반경부터 낚시를 시작하였다.
잠시 후 원투대에서 입질이 오더니 힘이 좋은 바닷장어('붕장어' 또는 '아나고'라고도 불림)가 잡혀 올라왔다. 그 후로도 계속 장어만 올라와 작은 것은 살려주고 큰 놈만 7~8마리 남겨놓았다. 아내는 옆에서 찌낚시로 큼지막한 노래미 한 마리를 잡아 올렸다. 작년에는 아주 씨알이 좋은 장어를 한 마리 잡아서 낚시하던 다른 현지인에게 줘버렸는데 올해는 무조건 다 가지고 가서 어떻게든 손질을 해 볼 요량으로 모두 아이스박스에 넣어놓았다.
낚시가 너무 재밌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하다 보니 어느새 밤 12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가 몰려와 12시 반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해보았는데 이상하게도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아서 새벽 4시까지 TV를 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9시가 훨씬 넘어서 일어나 편의점에 들러 얼음을 사서 물고기를 넣어놓은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웠다. 하루를 더 있어야 하니 물고기가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온도를 낮추어 보관해야 춘천까지 이상 없이 가져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다음 통영의 대표메뉴 중의 하나인 배말칼국수와 톳김밥으로 아점을 먹고 11시 반쯤 다시 낚시 포인트로 이동하여 낚싯대를 드리웠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밥 먹는 시간을 빼곤 계속 낚시만 했던 것 같다. 미쳤나 봐~ ㅎㅎ
이날은 날씨도 쾌청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너무 좋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니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나는 원투대 2대를 걸쳐놓고 입질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고 아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민장대와 찌낚싯대로 낚시를 했는데 바로 발밑에서 노래미와 농어새끼를 여러 마리 잡아 올리며 신이 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사실 아내와 함께 낚시를 가면 나는 두루두루 할 일이 많아 낚시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힘들다. 채비를 갖춰줘야 하고, 미끼를 달아주고, 잡은 물고기를 빼주고, 다시 미끼를 갈아주고, 채비가 엉키면 풀어주고, 밑걸림이 생기면 빼줘야 하니 잠시도 쉴틈이 없다. 그래도 어떤 여정이라도 같이 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고, 항상 함께 하니 외롭지 않고 심심하지도 않고 즐겁기만 하다.
오후 4시쯤 예약해 놓은 새로운 숙소인 "야자 통영여객선터미널점"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와 시장 근처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다시 낚시를 시작하여 심심치 않게 입질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밤 12시가 되니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이틀간의 강행군으로 피로가 몰려와 그대로 꿀잠~~~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제공하는 간단 조식을 챙겨 먹고 원두커피까지 야무지게 챙겨마시고는 10시경에 바로 춘천으로 출발하였다. 작년에는 돌아오는 길에 첫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온 세상에 하얗게 변했었는데 이번에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려 대지를 적셔주었다. 약 3시간여를 달려 "안동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는 다시 쉼 없이 달려가는데 춘천을 얼마 안 남겨두고는 커다란 자동차 사고로 인해 차량이 조금 정체되어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는 바로 장어와 물고기 손질을 시작하였다. 물고기는 깨끗이 손질하여 저녁으로 생선구이를 해 먹었고, 사이즈가 작은 장어는 장어탕용으로 손질하고 사이즈가 큰 장어 세 마리는 유튜브에서 보고 배운 대로 구이용으로 손질하였다. 장어손질은 처음 해보는 거라 어설프고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었다. 내년엔 더 잘해봐야지~ ㅎㅎ
통영은 결코 우릴 실망시키지 않는다. 비록 오고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왕복 12시간이나 걸리지만 다양한 먹거리와 즐거운 낚시 포인트가 우리의 발길을 이끈다.
우리의 마음은 벌써 내년도 통영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