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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May 16. 2024

12년 만에 받아 본 어버이날 카네이션

필리핀 은퇴이민 생활기

지난 2020년은 참으로 각별히 기억에 남을 해였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따알화산이 폭발하여 거의 한 달 동안 피해복구에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어느 정도 회복이 되나 했더니 느닷없이 중국 우한으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독감이나 에볼라바이러스, 중동메르스처럼 한두 달이 지나면 회복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몇 달 만에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더니 국경을 봉쇄하고 도시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2월 20일 밤에 한국에 입국하여 두어 달 정도 지나면 필리핀에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때까지도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아 언제 돌아갈지 기약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아들의 전셋집을 알아봐 주고 두 번의 이사를 도와주었으며 보험계약과 은행업무도 다양하게 처리하게 되었다.





필리핀에 있을 때는 별 의미 없이 보내던 어버이날이 되자 아들 민이가 퇴근 후에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그냥 평소처럼 맛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특별히 장소를 물색하고 예약을 미리 해두었다고 했다. 스무숲 근처에 있는 횟집인데 여러 가지 코스요리가 깔끔하게 나오기 때문에 SNS에 후기가 좋은 식당이라고 하였다.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이미 거의 모든 룸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아들 민이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케이스인데 예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뚜껑을 여니 화려한 금빛 카네이션이 번쩍이고 있었다. 24K 금코팅으로 만들어진 카네이션으로 품질보증 인증서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동안 어버이날이 되면 카톡으로만 감사인사를 전했는데 이번에 큰 맘을 먹고 12년 치를 한 번에 준비했다고 하였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살짝(?) 감격스러웠다.

근데 이 카네이션으로 평생 우려먹을 생각인가??? ㅋㅋ



가슴에 번쩍이는 금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달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전복죽을 맛있게 먹고 이어서 계속 나오는 낙지 탕탕이, 튀김, 생선구이, 메인 모둠회, 초밥, 마무리로 알밥과 매운탕까지...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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