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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Jun 11. 2024

나는 왜 모텔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프롤로그


아니 왜? 

도대체 왜? 

이런 험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얼마 못하고 그만둘 거야!

내가 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첫 반응이 이랬다.


모텔 같은 숙박업소의 청소 일은 3D 업종으로 분류되어 기피하는 경우가 많으며, 내가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로도 주변에서 왜 그런 힘들고 험한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극구 만류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긴 그동안 교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만 해오던 나와 수학학원을 운영하던 아내가 이 일을 하기에는 벅차보였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에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 알바로 공사장일(일명 '노가다')을 며칠간 해본 게 전부인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미심쩍었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으로 이주하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10여 년을 지내오면서 이제 제법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근처 따알화산이 대폭발 하여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오다가 거의 2주 후에야 복구가 되어 수북이 쌓인 화산재를 걷어내고 깨끗하게 물청소를 하여 어느 정도 원래 상태로 돌려놓고 다시 손님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2월에 접어드니 중국으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곧 지나가겠지 하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화산폭발로 인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화산섬 트래킹투어 상품이 없어져서 유럽 손님이 오질 않고, 코로나로 인해 선교단체도 오지 못하게 되니 더 이상 필리핀에 머물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몇 달 지나서 잠잠해지면 다시 들어오자고 마음을 먹고 과감히 결단을 내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만 해도 정말 몇 달만 있으면 모든 상황이 진정이 되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팬데믹으로 발전하여 하늘 길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이제는 언제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으니 그냥 맥 놓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이런저런 일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교차로와 벼룩시장의 구인광고를 훑어보았으나 나이 60이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시청과 주민센터에서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어르신 일자리도 지원해 보았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아무런 기술도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 일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주유소급유원, 야채배달기사, 학원차량기사, 경비원, 청소원 등의 일자리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아내가 모텔 청소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하여 구인란에 있는 정보를 보고 여기저기 숙박업소에 전화를 해보게 된 것이다.



모텔 청소 일의 장점;

1. 별 다른 기술이 없어도 몸만 건강하면 된다.

2. 머리 쓸 일이 없이 몸만 쓰면 되니 스트레스가 없다.

3.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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