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달팽이를 잡으러 갔다. 맑은 물속에서 까만 달팽이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며 반겨주었다.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열심히 잡다 보니 어느새 비닐봉지가 가득 찼다. 조그마한 달팽이를 하나씩 하나씩 줍는 재미가 어쩜 이리도 좋을까. 어릴 적 개울가에서 놀던 추억을 되새기며 아주 즐거운 하루였다.
달팽이? 올갱이? 다슬기?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데 나의 고향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라고 불렀다. 어릴 적 충주 근방에 있는 달천강변에서 올갱이를 잡아다 맛있게 끓여주시던 할머니의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교직 발령을 받고 강원도 춘천에 왔더니 올갱이가 아니고 달팽이라고 한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달팽이는 나무 잎사귀에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민달팽이가 전부였는데 그걸 잡아먹는다고???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홍천강변 작은 개울에서 씨알 좋은 달팽이를 실컷 잡았다. 물이 맑고 깨끗해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한참 보고 있으면 물속 돌 위에 또는 모래 위에 까만 게 보이는데 손을 넣어보면 여지없이 달팽이가 잡힌다. 하나 잡으면 옆에 또 하나가 보이고 또 잡으면 또 보이고 허리를 펼 새도 없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지 허리 아픈 줄도 모른다.
가지고 간 통에 어느 정도 채워서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오면 바로 박박 문질러 껍질에 붙은 이물질을 여러 번 제거하고 깨끗한 물에 담가 하루정도 해금을 해야 한다. 그래야 속에 들어있는 불순물을 모두 토해내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익힌 다음 찬물에 살짝 헹궈서 바늘이나 이쑤시개로 일일이 속을 빼낸 후 된장을 풀은 물에 대파와 부추랑 함께 넣고 팔팔 끓이면 맛있는 달팽이국이 완성된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달팽이국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나의 아내 앨다(Alda)가 끓이는 것보다 더 맛있는 달팽이국을 먹어본 적이 없다.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