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이 결혼을 했다. 나이가 35세가 넘어가면서 결혼을 못하면 어떡하나 부모로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라도 짝을 찾아 정말 다행이다. 큰 선물을 받은 거 같아 정말 고맙다. 둘이서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2024년 4월 6일 토요일 11시에 원주에 있는 예식장에서 아들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새벽 4시에 춘천에서 출발하여 예약된 메이크업을 받고 식장으로 이동하였는데 도착하자마자 접수대를 세팅하고 사진을 미리 찍느라고 바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동안 남의 자녀들 결혼식장은 많이 다녀보았지만 막상 내 자녀가 결혼을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식장을 꾸민 꽃 한 송이 한송이가 새롭게 보이고 바닥에 깔려있는 카펫도 더 멋져 보인다.
신랑 신부 입장부터 축사, 축가, 양가 인사, 퇴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눈앞에서 필름이 한 장씩 넘어가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겐 축사를 하는 순서가 주어져서 나름대로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적어보았는데 잘 쓰였는지 한 번씩 검토해 봐 주세요.
축사
사랑하는 며느리 00야, 고맙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청년 비혼자들이 넘쳐나는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00를 만나 이렇게 솔로탈출을 시켜주니 정말 고맙구나. 00이는 이제 공식적으로 니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네가 알아서 잘 챙기거라. 항상 서로를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다툴 일도 없고 속상할 일도 없을 거야. 아껴쓰고 고쳐쓰고 기름치고 잘 조여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평생의 멋진 네 편을 만들어 보거라.
00야, 너는 정말 행운아야. 00이가 외아들이다 보니 시누이들이 못되게 구는 일도 없을 것이고, 특히 시부모들은 멀리 필리핀에 살고 있어 눈치 볼 일이 없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냐. 그렇지? 넌 횡재한거야. 그러니 평생 로또 맞은 기분으로 너희끼리 행복하고 자유롭게 잘 살기 바란다.
혹 00이가 못되게 굴거나 속을 썩이는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라. 비행기 표를 끊어서 보내줄테니 필리핀으로 날아와서 00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러 올 때까지는 절대 돌아가지 마렴. 그런데 부담스러우니 너무 자주 오지는 말거라. 알겠지?
사랑하는 아들 00야, 고맙다.
평소 딸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무척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어여쁜 딸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니 정말 기쁘구나. 귀한 인연을 만났으니 손과 발이 부르트도록 매일매일 충성을 다하며 살거라.
절대 이렇다 저렇다 토를 달지 말고, 시키기 전에 알아서 솔선수범해야 가정의 평화가 온단다. 괜히 잘난 척하고 제멋대로 고집을 피우다간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될 거야.
결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살다가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지면 바로 카톡을 보내라. 왕복 비행기표는 물론이고 무료 숙박에 무료 관광까지 다 챙겨주마. 장인 장모님을 비롯하여 처가식구들을 모시고 와도 대환영이란다. 00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니까 아껴두었다가 비상시에 잘 활용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요즘 기부 앤 테이크가 유행이라는데 너희가 잘하면 우리도 잘해줄 것이고 너희가 섭섭하게 하면 얄짤없을 테니 꼭 명심해 두거라. 알겠지?
00야, 00야, 이제 둘이 부부가 되었으니 알콩달콩 사랑이 넘치는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