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살다 보면 싫든 좋든 매일같이 닭소리 개소리를 접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목청껏 울어재끼는 '꼬끼오' 소리와 낯선 사람만 보면 죽일 듯이 짖어대는 '멍멍' 소리가 일상이 되어버린 필리핀 생활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집집마다 기르는 닭소리 개소리에 과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싸움닭 수십 마리가 모여있는 어느 집 마당을 보곤 소름이 끼쳤던 적도 있다. 집에 걸어놓은 시계의 재깍재깍 소리에도 민감하여 잠을 잘 못 이루던 내가 이 시끄러운 소리를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심지어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굉음과 수시로 쾅쾅 쏘아 올리는 폭죽소리, 생일파티를 위해 밤새도록 불러대는 쌩목의 노랫소리에 처음 몇 달간은 고난의 날들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점점 그 소음들이 일상이 되어 지금은 그 어떤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맷집이 생겼다.
이곳 필리핀은 시골 마을에 가면 닭, 개, 돼지, 염소 등을 키우는 집이 많다. 물론 대도시의 빌리지 같은 주택단지에서는 엄격히 제한하는 곳도 있지만 시골에서는 생계수단으로 키우는 곳이 많다.특히 돼지와 염소는 파티문화가 발달된 이 나라에선 아주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된다.
유난히 파티가 많고 하루하루를 즐기는 문화를 가진 낙천적인 성격의 국민성을 시시각각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필리핀 은퇴이민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