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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거울 Nov 07. 2020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아이의 여정

 중국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같은 학교, 아빠들이 같은 회사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타인의 집을 방문한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 나와 도동이도 주에 한두번은 길에서 만나서,

또는 약속을 잡고, 또는 학원 마치고 친구네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국에 온 뒤로 나와 도동이 모두 동네 친구들을 사귀고자 열정을 보였다. 그리고 많은 시도들을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코로나 때문에 유독 더 힘들었던것 같다.


한번은 유치원에 마음에드는 남자친구를 도동이가 초대하고 싶다고 하여서 내 연락처와 주소를 적어서 보냈

다. 그리고, 그날 전화번호 하나를 받아왔다. 친구의 엄마 전화번호 라고하였다. 얼마나 셀레던지...

나는 문자로 내 소개를 보내고 '시간이 되면 우리집에서 같이 놀까요?' 하고 초대의 문자를 보냈다.

갑자기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보조 선생님 핸드폰으로 내가 문자를 보냈단다. 도동이가 받아온 핸드폰 번호가 실은 보조 선생님 번호 였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선생님은 원하면 그 아이 어머니에게 초대의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 아이는 종일반이라 유치원 마치는 시간이 도동이와 다르다며....아... 종일반 . 미처 생각지 못한 상황이였다. 상황을 설명하고, 어쩌면 우리의 초대에 그 아이가 더 난감했으리라 생각하며 초대는 미수로 그쳤다.


 그리고 이틀전에 버스에 내리며 도동이가 친구집에 초대 받았다며 뛰듯이 앞장서갔다. 우리 아파트 단지를 뺑돌아 후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친구가 이야기했다는 106동을 정신없이 찾았고, 2층에 산다며 그 동앞을 서성였다. 나는 졸졸졸 아이의 뒤를 따라가면서, 아이들이 또 초대 놀이를 했나보구나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빨리 집에 들어갈까를 궁리했다. 꽤 많은 아이들이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도동이가 기억한 106동이라는 숫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말릴 수는 없기에 그 여정을 함께하였다. 그리고 정확한 호수를 기억하지 못하고 호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도동이는 아파트에 정말 많은 집들이 있다는 것만을 알게 된 체, 우리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나는 그 일을 하루의 에피소드로 친구네 집에 놀러가고 싶고, 또 우리집에 초대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오늘 하원 후, 피아노 레슨이 있어서 친구네 집에 가야한다는 아이를 설득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엄마 나 몇시간 수업하지?"

"응. 40분."

"그래~"

짧은 대화 후, 레슨을 받았다.


보통은 레슨 후, 도동이는 간식을 먹으며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기에 나는 집에서 시간을 보낼것을 준비하였다.


 레슨을 마치자 마자 도동이가 친구네 집에 가야한다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아직도 가고 싶구나. 말릴 수 없겠구나.'하면서 산책이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따라나섰다.

도동이가 앞장서서 도착한 곳은 어제의 그 106 동, 꼼꼼히 ' 놀이터 옆 9랑 8사이'를 확인하며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2층 8호와 9호 사이 통로에 우리는 서있었다.

"엄마가 벨 눌러봐."

"뭐?"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 모르는 사람이 벨을 누르면 어쩌겠니, 불쾌하게 느낄수 있고, 엄마도 부끄러운데, 창피한데하고 나는 거부 했다.

"그건 좀 그래. 도동이가 눌러봐~"

"나는 너무 부끄러워."

"......"

"흠...그럼 우리 어느집인지 모르니깐 000야 하고 친구 이름을 불러보자. 집에 없을 수도 있쟎아."


우리둘은 땀을 한바가지 흘리면서 통로에 서있다가 심호흡을 하고, 하나, 둘, 셋

"은하야"

"은하야"

"목소리가 너무 작아 조금 더 크게 불러보자. 이렇게, 은하야"

"은하야"

 갑자기 문 안쪽에서 '누가 은하 부르는 것 같은데, 누구야 라고 해봐'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얼어버린 나와 도동이

"도동이야"

끼이익~ 문이 열리고, 그녀의 귀여운 얼굴이 빼꼼히 나왔다.


그리고 도동이와 그녀는 약속시간에 맞춰 만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을 방문하였고, 그녀의 어머니의 따쓰한 맞이와 가벼운 간식과 티타임이 있었다.도동이와 은하가 놀때, 엄마들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기까지 하고 뉘엿뉘엿지는 해를 뒤로 하고 "내일 또 만나!"손흔들며 헤어졌다.

 

도동이의 친구, 은하도 어머니에게 도동이란 친구를 초대 했으며 집에 놀러오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단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고 이게 가능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동아,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라고 내가 신기해 하며 묻자.  

도동이가

"약속했쟎아."

라고 답했다.


그냥 버스에서 스치듯이 짧은 시간에 했던 약속인데, 하지만 두아이 모두 지키려 노력했고, 행동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계속 의심했고, 혹시 실패하면 어쩌지 조바심 냈으며, 인사치례일거야 라며 행동하길 주저했다. 방어기제였다. 살면서 겪은 무수히 많은 인간관계속에서 기대를 져버리는 빈말들과 어겨진 약속들에 상처 받았었기에 나온 학습된 방어기제.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지금의 약속에 대해 의심하고 주저하는것이 당연한 어른이 되었던 나였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의심하고 불신하는 것을 당연히 했던 나는 부끄러워졌다.


아이에게 약속을 지켜야 함보다 약속을 의심과 불신을 알려주던건 아니였을까?


동화속 왕자와 공주 이야기에서,내가 미처 못본게 있었다.

왕자는 '공주가 그곳에 있을거란걸' 의심하지 않았다. 가는 과정의 어려움이나 자신의 득과 실을 계산하지 않았고 행동했다. 그래서 왕자에게 '용감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나보다.

용감함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 하루 였다. 신나게 놀고와서 여느때 보다 일찍 잠든 도동이에게 '정말 용감한 왕자님이 였어'라고 속삭여 본다.

나도 앞으로의 인연과 미래의 약속을 믿는 용감함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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