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냐니뇨와 점심에 그동안 안 먹던 컵라면을 퉁퉁 불려서 먹어서인지, 점심식사 후 배가 몹시 아팠다.
화장실! 화장실에 가야지
후다닥~ 철컥 ~쏴아~~
음~~ 살것같다.
그제서야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좋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비품을 사더니 화장실에 이렇게 좋은 글귀를 넣을수 있는 투명 아크릴 케이스도 샀군.
어디한번 읽어볼까.
'사르르 사르르 쏴아~
한번도 틀린적이 없지
땀은 삐질 삐질
두다리는 동동
한번도 틀린적 없지
사르르 사르르 녹아내리네
한번도 틀린적 없지'
뭐지 이글은... 좋은 글귀가 아닌 것 같은데 뭐야?
'한번도 틀린적 없지
설 사 기 운 '
뭐야!!!
'지은이: 김 에라이'
뭐야~ 김선생이 지은거야!
갑자기 김선생이 왜 이런 글을 여기다 게시를 한거지 무슨 장난 친건가?
내가 이용하는 이 칸에만 있는 건가? 혹시 다른 칸에도 있는 거야?
황급히 일어나서 남자 화장실 2번째 칸을 열어 보았다.
다른 칸에는 '효자손' 이라는 글이 게시되어있었다. 역시 지은이는 김선생이였다.
' 닿을 듯 닿을 듯 뻗어보지만
먹먹한 빈손이 닿지 않아
손가락 끝에 닿아지지만
내 손끝에 느끼는게 다는 아니야
아~ 그때 기다란 선 하나
툭 내 손에
벅벅벅 고마워
효자손 '
머리가 띵했다. 너무 황당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이런 글이 여자화장실에도 있으면 어떻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두칸의 글을 모두 빼서 데스크로 걸어갔다. 너무 황당해서 나도 내가 지금 화가 난건지, 웃긴건지 알수가 없었다. 냐니뇨에게 간신히 말했다.
"냐니뇨씨, 제가 못들어 가니깐, 확인좀 해주세요. 혹시 화장실에 이런 글이 게시되어 있나요?"
"냐니 냐니"
환희에 찬 표정의 냐니뇨가 말을 마치자 마자 고개를 끄덕인다. 반응을 보니 냐니뇨와 김선생이 같이 게시한것 같다.
"냐니뇨씨, 병원 화장실에 이런 글은 안됩니다. 얼른 여자화장실에 있는 글을 빼오세요.
저희 병원은 여성 고객분들이 더 많이 오는데 ...."
말을 하는 도중에 냐니뇨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이 보였다. 이게 울 일인가?
갑자기 요즘세대들에게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 괴생명체에 이력서 상으로는 나와 무려 15년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냐니뇨와 나는 분명히 생각이 차이가 있겠지. 오늘은 더이상 이야기 하지 말고, 내일 이 글의 지은이인 김선생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설사기운은 참 시기적절했어. 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