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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거울 Jun 02. 2023

냐니뇨 와 대화

9화

오늘은 김선생이 쉬는 날이여서, 냐니뇨와 둘이 병원업무를 봐야한다. 김선생과 거의 6개월을 둘이서 이 병원을 지켰다. 새삼 김선생이 병원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할때에는 나도 힘들다 보니 표현을 못했는데, 좋은 사람이다. 


괴생물체와 같이 병원을 지킨다니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적어도 괴물이나 귀신은 아니니 다행이다. 


냐니뇨는 역시 9시 30분 정시에 출근하였다. 

뽀잉뽀잉

"냐니 냐니"

"네~ 냐니뇨씨 좋은 아침입니다. "


냐니뇨가 하는 말은 총 냐니, 냐니뇨, 냐니냐니 등으로 냐와 니와 뇨 로 다양하게 조합을 한다. 보통 '냐' 다음에는 '니'가 꼭 오고 '뇨'는 생략을 많이 한다. 즉, 냐니뇨의 말만 들어서는 전혀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다는 뜻이다.  다행히 내가 눈썰미가 좋고, 상황 판단이 빨라서 부드럽게 늘 넘긴다. 


보라 '냐니 냐니'란 황당한 말에도 ' 좋은 아침' 을 받아치는 나란 사람. 

오늘은 편하게 둘만 있으니 주식에 대해서 좀 물어봐야겠다. 


띠리링~띠리링

그렇다. 한번도 이렇게 까지 내가 화장실에 갈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몰려온 적이 없는데, 오늘은 점심시간 까지 쉬지 않고, 환자가 왔다. 


드르륵

냐니뇨가 둥근 얼굴을 내밀고 말한다. 

"냐니뇨 냐니?"

"점심먹어야지요. 냐니뇨씨 먹고 싶은거 먹읍시다."

"냐니! 냐니~"

뽀잉 뽀잉 

쌈밥집에 가서 10만원 어치 배추를 먹던, 일단 나가보자~


내가 진료실을 나서자, 냐니뇨가 검정 봉다리를 들고 있었다. 

부스럭 부스럭 컵라면 2개와 삼각김밥 4개를 꺼냈다. 

"냐니뇨 냐니뇨"

반사적으로 컵라면을 받아들고, 비닐 포장을 벗긴 다음 라면스프를 라면에 넣었다. 

냐니뇨도 조심스럽게 비닐을 벗기고, 라면스프를 넣고, 바로 정수기에 물을 받는다. 그리고 내것에도 물을 받아주었다. 젖가락으로 라면뚜껑이 벌어지지 않게 고정시킨 컵라면 두개가 데스크 책상에 가지런히 놓였다. 


가만히 데스크 의자를 끌어 당겨서 앉았다. 냐니뇨는 의자가 필요없다. 냐니뇨 상태로 있으니까.


.....


숨막히는 정적을 뚫고 냐니뇨가 말한다. 


"냐니뇨 냐니?"


아~ 뭘 물어보는 것 같은데. 친절하게 대답해줘야지. 뭘 물어보는 거지?


둥그런 얼굴에 헤헷하고 웃는 얼굴의 냐니뇨가 나를 쳐다 본다. 

대답해야하는데, 나에게 보통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은 "왜 시력이 떨어졌나요?" "약은 언제까지 넣어햐하나요?" "수술해야하나요?" "왜 잘 안보이죠?" 등등의 증상에 대한 나의 진단을 듣고 싶어서 물어보는게 다인데, 눈은 안아픈거 같은데... 뭘 물어보는 거지?


"냐니뇨 냐니?"


둥그런 얼굴과 초롱초롱한 쩜눈을 하고 냐니뇨가 나를 쳐다본다. 

그렇지 나한테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지, 보통 사람들이 나한테 제일 많이 물어봤던 질문, 우리 와이프도 나한테 물어봤던 그 질문 


'왜 안과 의사가 되었어요?'


"냐니뇨씨는 우리몸에서 어느 부위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냐니?"


"나는 눈이라고 생각해요. 눈은 뭔가를 본다는 기능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부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과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


"냐니"

해맑은 쩜 눈이 나를 쳐다본다. 모르겠다. 이미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은 저의 아버지가 보석세공하는 일을 하셨는데, 오랫동안 당뇨를 앓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날 너무 속이 안좋으셔서 병원에 가서 소화제도 먹고 하였는데, 자고 일어나니깐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것 처럼 아무것도 안보이셨데요. 손과 눈으로 가정의 생계를 이끄시는 분이였는데... 가장 소중한 눈을 잃은 거죠.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았어요.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고, 미리 알수 있었다는걸... 그런데 그때에는 안과가 많지 않았어요."


쫘아악~~냐니뇨는 내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라면 뚜껑을 열고 바로 뜯었다. 

"냐니뇨 냐니?"


냐니뇨가 손으로 내 라면을 가리킨다. 라면 뚜껑을 여니 퉁퉁불은 라면이 보인다. 

"냐니뇨 냐니~"

아~ 라면 분다는 소리였구나. 


냐니뇨는 큰입으로 젓가락으로 한번에 라면 면발을 다 넣어서 먹었다. 그리고 마치 숭늉을 마시듯이 후루룩 모든 국물을 다 마셨다. 


탁!


테이블에 라면 용기를 내려놓는다. 

"냐니~"


대단하다~ 

"냐니~"


음! 왜 내 라면을 쳐다보는 거지 

"냐니뇨씨 라면은 자기 것만 먹는 겁니다."


나도 얼렁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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