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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동산크리에이터 Oct 23. 2017

과연 지금 사도 될까?

교과서가 3040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부동산 이야기 2

어떤 아파트를 살까요 보다 더 많이 받는 질문은 과연 지금 사도 될까?이다.

이 매수 타이밍이란 녀석은 알쏭달쏭 아리까리한 면이 많아 어느 누구도 확신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5년째 상승을 한 타이밍에 실거주를 위한 집 한 채의 대승적 결정을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거주 한 채는 사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실거주 한 채는 최선의 방어=0]


샤넬백 없어도 에코백 들면 그만이다. 해외여행 안 다녀도 호캉스 하면 된다. 강남 집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다.

그렇지만 매일 가족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정갈한 밥상, 나를 보여주는 깔끔한 옷차림은 우리 삶의 자존감을 지키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의-식과 주는 다르지 않다.

휘청이게 하는 고가의 아파트는 사치재지만 2년마다 널뛰기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분수에 맞는 내 집은 가격의 등락과 무관하게 삶에 안정감을 주는 가치를 지닌다. 


보통 사람들은 집을 가진 것이 +1, 집을 소유하지 않은 것을 0이라고 생각한다.

즉 잃지 않으려면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중론이 팽배했고, 나 역시 그렇다 믿었다.

하지만 우연히 물욕으로 소유하게 된 집 한 채의 등락을 경험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실 거주 한 채를 소유하는 것은 0이다.

시장의 파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흐름을 온전히 타려면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승에 배팅한다면 다주택 포지션으로 +1, 하락에 배팅한다면 무주택 포지션으로 -1)




먼저 하락기를 가정해 보자.


호가가 떨어진다. 받아줄 사람도 없다. 언론에서 하우스 푸어 양산 글이 많아지고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글이 도배된다. 그리고 미분양이 속출된다.

실거주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은 우울하다.(실거주 한 채면 의연하다는 말은 거짓말) 내 집 역시 떨어진다. 불안하다. 울고 싶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기회가 있다.


실거주 한 채를 담보로 받아, 미분양 난 분양권을 잡을 수도 있다. 경기 침체기의 분양권은 양도세 평생 면제까지 해주며 떠먹여 준다. 제발 사 가시라고!

내 집도 떨어졌지만, 내가 가고 싶은 집도 떨어진다. 갭이 좁아지고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기존 집을 전세를 주고 모아둔 현금 털어 갈아탈 수도 있고, 기존 집에 살면서 전세를 끼고 잡을 수도 있다. 집값이 낮으니 취등록세도 저렴하다. 세제 혜택도 준다. 나이스다. 

즉 내 집을 위시로 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며 포트폴리오의 조정도 가능해진다.


소유하지 않으면 현금 보유액이 늘어나므로 사실상 이 경우에 기회가 많다. 하지만 공포의 장에서 처음으로 배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락기에는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알고, 등기도 쳐 본 놈이 손 맛을 안다고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또한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현시점이 위기고 바닥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고 매번 부동산 뉴스에 민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간 서울의 시세 변화만 봐도 등락은 있었지만 이도 저도 안되면 그냥 한 채 사놓고 실거주하며 줄곧 묻어 두면... 중장기적으로 많이들 올랐다. 


최적의 타이밍을 낚는 것은 운이라고 생각하며, 첫 경험부터 짜릿하기는 쉽지 않다. 매수와 매도, 아쉬움과 통한의 경험들이 수업료가 되어 탄탄하게 만들어 줄 날이 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마이너스가 맞다.




다음 상승기를 가정해 보자.


주변이 오르면 내 집도 오른다. 사소한 개발 호재에도, 재건축 이슈에도... 정부에서 좋은 이야기 몇 마디만 해줘도 주인들은 호가를 높인다. 물가가 올라도, 주가가 올라도 내 집은 오른다.

실거주 한 채는 시장의 랠리를 충분히 즐기기에 필요하며 인플레이션의 헷지 수단으로도 적절한 도구이다. (=0)


여기에 2 주택 이상 가졌다면, 각각의 집들이 내 노동력을 대신하며 '열일'하여 몸값을 불리고 있을 것이고 가격의 선 순환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더 나은 물건으로 환승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1)

(나도 이건 몰랐다. 허무한 것을...)


성취의 경험은, 다음 장의 대비를 위해서도 좋다.

부동산은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지만 조정과 상승을 반복하며 나아간다.

그 주기가 5년이든 10년이든 기회는 반복적으로 찾아오는데

맞벌이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투자에 대한 겁이 없으며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노동 가능 시간이 길게 남은 '30대'에 투자를 시작하면 40,45살 등 몇 번의 반등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생각보다 첫 결단이 어렵지, 한 번 지르면 무뎌지고 세상을 경제 논리로 이해하게 되며 부동산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즉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동산 사이클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재밌는 점은 일부 하락론자들이 내 집 마련 후, 기승전 상승을 외치며 태세 전환을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이리도 나약하다. 내 자본이 들어간 순간 그간 공들여 해왔던 정량적-정성적 분석은 저 멀리 던져두고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장밋빛 시작으로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호가와 시세는 팔아서 수익실현하지 않는 한 사이버 머니일 뿐이다. 이번 장에 돈 좀 만졌다고 생각하는 중생들은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ㅋㅋ) 


처음 부동산에 발을 들이며 한 가지 소소한 원칙을 세웠다. 남들이 하는 대로 하자는 것.

그 남들이란... 주변 부동산에 관심 많은 사람들을 뜻한다.

촉으로 모든 것을 이루는 연륜 넘치는 이모님들도 좋고, 정책 수립과 개발에 대한 정보가 빠른 공직자도 좋다. 

총알이 작아도 큰 배포가 없어도 분수에 맞게 따라 가면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슬프게도 역사는 가진 자와 소유하지 않은 자의 싸움에서 늘 가진 자의 손을 들어줬고 

좌우 편향을 떠나 언론에서 만나는 우리 주변의 높은 어르신들이 살 집 한 채는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답은 나와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는 전제는 있다. 금수저면 된다. )

(흙수저라면 더더욱 한 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노골적인가. 그래도 그 집이 삶에 있어 디딤돌이 될 것이다.)


* 다음 글 예고 - (종잣돈도 없고, 갭 투자는 위험하고, 대출도 안 나온다는데) 어떻게 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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