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수 Aug 16. 2024

두려운 하루의 시작

벌써 월요일이다. 오늘도 하루의 시작은 병원으로 달려오는 일이다. 오전에 회진하시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 시간부터 대기해야 겨우 볼 수 있을 듯했다. 어쩌면 긴급 환자가 생겼거나 아침 진료가 있다면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작성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지난 금요일 찍은 CT에 대한 설명도 못 들었고, 또 CT를 찍는다는 간호사의 말도 궁금했다. 매일 남편의 상태를 볼 수 없게 만든 코시국~ 밉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두 망가졌다. 어서 종식되고 마스크 없는 세상, 자유로운 세상이 되길 바란다.


아침이라 각 과의 의사 선생님들이 아침 8시 반 진료 전에 회진을 도느라 중환자실 자동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수 도 없이한다. 느긋이 숙소나 집에 대기하고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부르거나 병원에서 연락이 올 때 오는 게 맞는지?

이렇게 대기하며 전화하고 보채는 게 맞는지? 대기의자에 앉아 졸다가 의사 선생님 꼬리를 잡았다. 1시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좋은 결과를 들었으면 좋겠다. 의사 선생님 말은 지난번과 똑같았다. 오늘은 머리에 꽂아 놓은 관을 마저 빼고, 내일은 정밀검사 후 입원실로 올라갈 수 있으면 올라간단다. 이상!! 기운 빠지지만 의사 선생님 만난 것으로 족해야 했다.


남편 회사 사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 산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를 위해 사장님을 따라 회사에 갔다. 행정일을 보는 유림 씨에게 이것저것 도와주라고 지시를 하셨다. 다행이다. 안 해준다 해도 내가 참지 않겠지만...  남편회사 건물관리실에 가서 입출차 내역을 요청해 받았다. 주  80~90시간씩 일한 바보! 뭘 위해서?


산재 노무법인 이곳저곳을 알아봤고, 딸에게도 알아보라고 말하고, 서로 알아놓은 것을 공유하기로 했다.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 뇌출혈은 직접 인과 관계를 따지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노무사에게 대행하라는 말들을 모두 한다. 웬만한 행정일은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번엔 손을 놓고 싶었다.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고 아무것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지인이신 조 회장님께 연락해 노무사를 추천받았다. 100% 승률이라는데 맞을까? 되는 것만 하나?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중환자실 간호사였다. 남편이 안경을 찾는단다. 기쁜 소식? 얼른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기저귀, 물휴지를 같이 사 오란다. 그래도 안경을 찾고 시계를 찾는다는 건 또 한 단계 기억을 찾아가는 중이겠지. 폐렴기가 있단다. 계속 빼내는 작업을 하지만 본인이 뱃는 게 어려워 좀 힘들단다. 이건 또 뭐지?


간병을 하려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해서 범계역 무료 검사소를 다녀왔다. 버스를 잘못 타서 왔다 갔다.. 버스조차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우왕 좌왕이다 정신이 없는 탓이라 치부해 버렸다.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폐렴은 어쩌나?




저녁에 들은 남편의 폐렴 소식은 간밤에 걱정으로 잠 못 드는 이유가 되었다. 환자에게 폐렴은 아주 무서운 경고다. 늦게 청한 잠이었지만 숙면을 한 것 같은데 온몸이 뻐근했다.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4년쯤 후 내 퇴직에 맞춰 은퇴하고 함께 여행 다니며 살자 했는데 남편은 이렇게 덜컹 반칙을 했다. 오늘은 정밀 MRI를 한번 더 찍고 입원실로 갈 수 있을지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다. 시술 전 동의를 묻는 전화기 너머로 대퇴부의 혈관이 터질 수도 있고, 뇌 쪽의 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고 고지한다. 이것도 덜컹 겁이 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문제가 발생되면 다른 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바로 처치는 하겠지만 상태를 보잔다. 믿자 믿고 기다리자!


11시 반쯤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30분 정도 소요 된다고 했는데 아직 입원실로 올라가라는 오더가 없었다. 12시 반쯤 중환자실에 전화를 하니 아직도 시술 중이란다. 숙소를 퇴실해야 하나 연장해야 하나

기다리다가 2시까지 숙소 퇴실을 미뤘다. 안 되겠다. 호텔 프런트에 내 짐가방을 맡기고 병원으로 다.

오늘은 나도 혈압이 오르는 느낌으로 편치가 않은데...  좋은 결과야! 힘나게 해 다오.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일반실로 옮길 준비를 하란다. 오후 3시에 남편은 일반실로 옮겨졌고, 면회는 안되고 간병인 1인만 코로나 검사 후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다. 이젠 조금씩 기억해 냈다. 회사 사장님을 전화로 연결했더니 기억하고 네네 하더니 대전에 가야 한다고 딴소리를 계속한다. 밥은 혼자 죽 한 그릇 다 먹었고 동영상을 찍으며 웃어보라니 씩 웃는다. 이제는 살았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하루였지만 6인실에서 편안히 저녁을 맞았다.




작가의 이전글 벌써 힘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