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아, 또 그 꿈이구나. 버스 안에서 꾸었던 꿈이구나. 사람이 살면서 같은 꿈을 꿀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사람은 누구일까? 대체 누구 이길래 두 번이나 내 꿈에 나타난다는 말인가? 너무도 생생한 꿈이구나. 내 목을 조르는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고통이 밀려온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괴롭다. 살고 싶다. 오, 신기하다. 이번에는 나의 육체가 움직여지는구나. 나의 손과 발이 버둥거려지는구나. 너 육체여, 나를 옭아매는 고통에서 벗어나라! 이 지옥에서 살아남아라! 나의 목을 움켜쥔 상대의 손을 잡아 비틀자. 몸을 틀어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허벅다리를 들어 상대를 떨쳐내자.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존재와 싸워 이기자. 그게 신이든, 악마든, 고독과 적막이든, 상관하지 말자. 예술은 잠시 벗어두고, 모든 생명체에 코딩된 프로그램에 충실하자. 생존에 집중하자.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싸우자. 투쟁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보자.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해보자. 아아아!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상대는 얼굴 없는 여인이 아니다. 아버지다! 나를 낳은 아버지가 자식의 목을 졸랐다! 목 졸라 죽이려 했다! 기어이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죽이려 했다! 저자가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자식들을 잡아먹은 크로노스가 아닐까? 사투르누스가 아닐까? 온몸이 떨려온다. 슬픔과 분노가 밀려온다. 견딜 수 없는 미궁이 찾아온다. 아버지가 왜? 대체 왜? 대체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 예? 아아악! 괴롭다! 슬프다! 가슴이 찢어진다! 사랑이 없는 이곳은 집이 아니다. 지옥이다! 크흐윽. 하늘이여, 당신은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제자백가여, 구도의 선구자들이여! 그대들은 아는가? 나는 모르겠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큰일이다. 저기 아버지의 얼굴을 보라. 마치 악귀 같구나. 대체 왜 저러는 걸까? 귀신이라도 들린 걸까? 정신이 미쳐버린 걸까?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나마 지금 아버지의 손에 낫이 들려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하하. 웃음이 나온다. 그런 걱정까지 해야만하는 나의 운명에, 인생에, 팔자에, 미궁에, 현실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아아!
아아, 아버지가 나에게 달려든다. 우선 아버지를 붙잡아보자. 아버지를 진정시켜보자. 큰일이다.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연약해 보이는 노인이건만, 대체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온다는 말인가? 안 되겠다. 아버지를 쓰러트리자. 제압하자. 소리를 질러보자. 아버지! 정신 좀 차리세요, 아버지! 아버지! 아아, 큰일이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도 소용이 없구나. 마치 화가 나서 정신없이 날뛰는 야생 짐승 같다. 몸으로 눌러보자. 다행이다. 내 몸무게가 아버지의 것보다 더 많이 나가구나. 이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겠다. 하지만 앞으로 어찌 해야 한다는 말이냐? 밧줄이라도 묶어두어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그럴 밧줄은 또 어디에서 찾는단 말이냐? 아버지를 이불로 감싼 뒤 집 밖으로 도망쳐 나가볼까? 하지만 아버지가 계속해서 나를 뒤쫓아온다면 그다음은 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아악! 괴롭다! 슬프다! 기구하다! 울어라, 나의 인생이여! 화목한 가정을 갖지 못한 너의 이름은 불행이로구나. 아버지,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뭐? 뭐야! 야이놈의 자식아, 저리 안 비켜? 아이고야―, 가슴팍아. 아고고고, 나 죽는다……
아아, 드디어 아버지의 정신이 돌아왔나 보구나. 어서 빨리 비켜드리자. 이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겠구나. 터질 듯이 차오른 숨을 내뱉어보자. 뜨거운 열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온몸에 땀이 흘러내린다.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밤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난장판이 된 집안이 눈에 들어온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기운이 빠진다. 지친다. 혼란스럽다. 아버지, 대체 왜 그러셨어요? 네? 제가 뭘 그렇게 잘 못 했다고 그러세요? 자식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제가 미우신가요? 제가 여기 있는 게 싫으세요?
뭐 임마? 시끄러―! 야 너, 여기에서 나가라. 뭐―라? 그래, 이 자식아!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나가드리죠! 저도 아버지와는 도저히 같이 있지 못하겠습니다. 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저만 늘 상처를 입습니다. 이제는 아주 징글징글합니다. 가족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아버지 같은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아버지는 미쳤습니다. 정신이 미쳤다고요. 여기에 계실 게 아니라 정신 병원으로 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것 보세요. 백날 말하면 뭐합니까? 한평생 자기 마음대로만 사셨던 분인데. 저는 이제 나갑니다. 밖에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지만, 아버지가 말한대로 지금 당장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서로 볼일이 없을 겁니다.
……
농작물 때문인지 시골 밤길에는 가로등 하나 켜져 있지 않구나. 그나마 달빛이 밝아 다행이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길이 보인다. 하지만 이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자신의 미궁을 풀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건만, 되려 미궁만 하나 더 얻어가는구나. 이대로 서울로 돌아간다 한들 글이 써질리 있을까? 소설가를 계속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가 내 한계일까? 그렇다면 굳이 서울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슬프다. 시간이 흘러 육체는 어른이 되었건만, 나의 신세는 여전하구나. 아버지와의 관계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일까? 나의 잘못일까? 아니면 아버지의 잘못일까? 인간관계에서 백 퍼센트 잘못이 있기는 한걸까? 만일 없다면, 나의 잘못은 무엇일까? 모르겠다. 힘이 빠진다. 일단 어디에라도 가서 앉자. 저기 담벼락 아래가 좋겠구나. 어릴 적에도 마음이 괴로울 때면 늘 이곳에 걸어와 쭈그려 앉아있었지. 하하하. 그래, 기억이 난다. 정말이지 예전과 다를 게 하나도 없구나. 등을 마주하고 앉을 담벼락도 그대로고, 눈 앞에 펼쳐진 논밭도 그대로다. 밤하늘의 별빛도 그대로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흙냄새도 그대로구나. 아, 저기 마침 하늘이 밝아온다. 태양이 떠오른다. 세상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답다. 여전히 아름구나. 그 아름다움 앞에 추악한 모든 것들이 사그라든다. 어둠도, 상처 입은 내 마음도, 모두 사라진다. 아, 그렇구나! 변함없이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신도 아니요, 악마도 아니요, 고독과 적막도 아니요, 오직 자연, 너뿐이로구나. 세상을 순환하는 자연이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뿌린 대로 싹 틔우는 대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공기 중의 탄소를 머금고 성장하는 나무들이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주린 배를 채워주는 각종 농산물이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 또한 변함없이 너희를 사랑한다.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읍내에 나가서 뭐라도 사 먹자. 주린 배를 채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서글프다. 음식을 나누면 즐거움은 배가 되건만, 그럴 사람이 없구나. 그럴 가족이 없구나.
와하하! 반갑다, 태영아. 이게 대체 얼마 만이냐? 응? 네가 서울로 떠난 뒤 처음인가? 세월 참 빠르다. 그렇지? 중학생이었던 우리가 벌써 삼십 대라니.
하하하, 그러게. 세월이 정말 빠르다. 그래서 그런가, 너 좀 많이 변한 것 같다? 이마도 시원하게 뒤로 올리고, 옷도 좋아 보이는데? 와, 구두 빛나는 것 좀 봐. 너 성공했구나? 축하한다, 상철아.
성공은 무슨. 아냐~. 이거 다 일 때문에 산 거야. 영업 사원이거든. 고객들한테 잘 보이려면 어쩔 수 없어. 실상은 빈 깡통이지. 그래도 걱정은 안 해. 앞으로 많이 벌 거거든. 너도 알지? 암호 화폐라고. 앞으로 금융 시장은 전부 암호 화폐로 바뀐다잖아. 겉으로는 안 한다고들 말하는데, 뒤로는 다들 난리야. 중국부터 시작해서 모든 국가들이 이미 암호 화폐를 시작했어. 몇몇 국가들이 반대를 한다고 해도, 지들이 세계의 흐름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 안 그래?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지?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말이야. 그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난리 났었잖아. 그거 때문에 암호 화폐라는 것도 만들어진 거고. 만일 누군가 암호 화폐의 대중화를 막을 수 있다면, 애초에 금융 위기라는 건 있지도 않았었겠지. 안 그러냐? 하하. 어쨌든 말이야, 요즘 이 암호 화폐가 부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관심사다 이거야. 그래~. 요즘 부자들은 부동산에 투자 안 하고, 다들 암호 화폐에 투자한다니까? 하하. 어때, 놀랍지? 방금도 고객 한 명을 만나고 오는 길인데, 주말인데도 어찌나 전화하던지. 기존 고객 소개로 연락을 했다고 사정을 하는데, 내가 또 안 만날 수가 있겠냐? 어차피 나 같은 영업맨이야 뭐, 실적만 올릴 수 있다면 24시간 풀타임으로 뛰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구나. 암호 화폐 영업직이라니.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하다. 네가 금융 쪽에서 일하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쪽 분야는 웬만큼 똑똑하지 않고서는 발도 못들이 밀잖아. 아, 아니다. 생각해보니 너는 옛날에도 공부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 그러니까 현재의 영광은 네가 지금까지 쏟아부었던 노력에 대한 보상일 거야. 그렇지? 하하하. 이렇게 성공한 너를 보니까 친구로서 뭔가 뿌듯하다. 나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데? 나? 나도 너처럼 멋지게 살고는 싶었는데, 지금은 별 볼 일 없어. 예전에는 글을 쓴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슬럼프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다고 해야 하나? 고향에 돌아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되려 문제만 더 커진 것 같아. 이제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아 미안, 신세 한탄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너한테서 연락이 온 거야.
그래? 내가 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잖냐. 하하. 그리고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응? 신세 한탄 좀 하면 어때?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바로 해야 하는 법이야. 너 그거 속에다만 쌓아 두면 나중에 화병 난다. 그렇게 하다가 폭발한 사람들 여럿 봤거든. 아, 진짜 폭발했다는 건 아니고, 회사를 때려치웠다고. 하하, 너도 무슨 말인지는 알지? 그래. 그나저나 글을 쓴다면, 기자인가? 아니면 작가?
작가야.
오, 뭐야. 너도 대단하네. 작가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로 나오면 또 엄청 유명해지잖아.
하하. 그런 꿈이야 뭐, 오래전에 있었지.
아냐~. 난 네가 할 수 있다고 본다. 넌 태영이잖아. 곽상철이 친구 김태영.
후, 그래. 고맙다.
고맙기는 무슨, 친구인데. 그나저나 여기 아직 주문 안 했지? 우리 뭐라도 좀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설렁탕 어때? 이 집 설렁탕이 또 기가 막히거든. 좋지? 이모, 여기 설렁탕 두 개요. 요즘 하도 부자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또 이런 서민 음식이 당기더라고. 비싼데 가봐야 돈만 많이 들고, 맛도 하나 없어. 아 참, 술은 좀 하지? 소주 어때, 괜찮지? 그래, 하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 정도는 마셔야지. 이모, 여기 소주 두 병 가져가요. 자자, 잔 먼저 받으시고. 그럼,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건배~!
건배~! 하하하. 상철아, 너 정말 영업맨이 다 되었구나. 말하는 게 완전 청산유수인데? 막힘없이 아주 시원시원해. 원래 성격이 그랬었던가? 아니면 일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변한 거야?
뭐, 둘 다겠지. 어떤 사람이라도 고객들을 계속 상대하다 보면 나처럼 변하게 될 테니까. 직업병 같은 거야, 직업병.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이 바닥에서는 얼마 못 버티거든. 오, 이거 맛있는데? 이모, 여기 계란말이 좀 더 주세요―. 아 참, 저번에 우리 동창회 했었는데. 너 왜 안 왔었냐? 연락을 못 받았던 거야?
동창회? 그런 것도 했었어?
쯧쯧, 표정을 보아하니 몰랐었네. 사실 나도 몰랐었는데, 들어보니까 매년 하는 것 같더라고? 아무튼 그때 다들 모여서 엄청 재미있게 놀았었어. 네 생각 많이 나더라.
나야 뭐, 핸드폰이 있기는 한데, 사람들하고는 연락을 잘 안 해. SNS도 안 하고.
그것 봐, 그것 봐.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네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 사방팔방 다 찾아봐도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속세와 인연을 끊고 혼자 산속 깊이 들어가 버린 건지. 아니면 해외로 나가버린 건지. 요즘은 해외로 떠도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데, 너는 아예 못 찾겠더라니까? 나는 너한테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
하하, 그러게. 근데,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거야? 누구한테 연락처를 알려준 기억이 없는데. 오늘 아침에 너한테 연락받고 엄청 깜짝 놀랐었어.
하하하. 내가 또 누구냐? 김태영이 친구 곽상철 아니냐. 음? 내가 알아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 못 알아내는 게 또 없거든. 죽은 사람도 이 곽상철이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이거야. 하하. 네 연락처를 어떻게 알아냈냐고? 네가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넵 하고 넙죽 알려줘야 하나? 응?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뭐 해 먹고 살라고? 하하하. 이런 게 다 영업 능력이다, 이 말씀이야. 뭐, 오늘은 옛 친구를 만난 기념으로 특별히 한 번 알려나 줘볼까? 네가 먼저 형님, 알려 주십쇼! 라고 부탁을 하면, 내가 또 살짝 알려줄지도 모르지. 하하.
야야. 됐어, 됐어. 그냥 알려주지 마.
하하하. 농담이고. 알고 보면 사실 별거 아니야. 나, 며칠 전에 너희 어머니 장례식장에 갔다왔었어. 거기에 가면 너를 볼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너는 없고 네 아버지만 계시더라고. 그래서 그때 네 아버지께 여쭤봤었지. 음? 네 어머니 장례식은 또 어떻게 알았냐고? 뭐, 동창회 때 네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우연히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었어.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뭐 네 소식이 궁금했었으니까 나름 자세히 알아봤었지. 아냐~. 그렇게까지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친구란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서로 돕고 돕는 사이 말이야.
그래도 고맙다, 상철아. 설마 내 친구 중에 우리 어머니 장례식장에 찾아와준 사람이 있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었거든. 사실 나, 고등학교로 진학한 뒤부터 부모님과의 연락을 끊었었어. 부모님께 지쳤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어머니 영정사진을 보니까 그게 또 아니더라. 나는 왜 그동안 부모님께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한 번 만이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엄청 후회되더라. 하하, 아이고야, 쏘리 쏘리. 내가 자꾸 왜 이러지? 네 앞에서 이상한 소리만 하게 되네. 아무튼 상철아. 늦게나마 알게 되었지만, 우리 어머니 장례식에 와줘서 정말 고맙다.
됐어~, 우린 친구잖아. 나는 다 이해해. 게다가 중학교 때 그런 일도 있었으니까.
뭐?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여름이라서 그런가, 해가 늦게 지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까? 오늘 주말인데 별일 없지? 자리 좀 옮겨서 한 잔 더 할래? 이 근처에 맥줏집이 하나 있는데,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치킨도 같이 먹을 수 있고. 좋지?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기름진 게 당기더라고. 하하. 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가긴 어딜 가? 뭐, 서울? 버스 타고 가야 한다고? 뭐야 그럼, 시간만 잘 맞추면 상관없겠네! 야, 막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는데 가긴 어딜 가? 잠깐, 너 정말 서울로 가는 거 맞아? 괜히 핑계 대는 거 아냐? 아니, 그러면 오늘 밤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가던가. 괜찮아. 괜찮아. 자자, 생각하는 척일랑은 그만하고, 일단 가자. 출발~!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