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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Nov 02. 2021

‘사람’에 투자하자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의 활성화계획을 수립하거나 사업제안서를 작성할 때 편의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한다. 계획하는 사람도, 평가하는 사람도 명확히 이 복합적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하드웨어는 시설, 건물, 보행로, 주차장, 간판 등 물리적인 것을 손 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프트웨어는 교육, 운영, 프로그램 등 눈에 바로 보이기 힘든 아주 말랑말랑한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다. 이 두 유형이 연동된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읽다 보면 완벽하게 계획과 실행이 잘 작동될 것처럼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시와 지역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그것의 '활성화', '재생'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한다고 달성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렇게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하는 도시재생사업 대부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지역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간과했기 때문이다. 즉, '휴먼웨어'이다.


본 사업에서 '휴먼웨어'란 간단히 정의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에 관여하여 실행할 사람, 주체, 조직이다. 물론 역량강화 교육 또는 공모사업과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휴먼웨어'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지역의 '휴먼웨어'는 도시재생사업 이전에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물론 갖춰져 있다고 사업제안서에 아름답게 보여주지만 대부분은 실행자보다는 그저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런 '휴먼웨어'인 지역의 다양한 분야 조직들, 역량 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도시재생사업 '계획과 실행에까지 참여하게 하는 구상'이야말로 도시재생사업 활성화계획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사업 이전과 사업실행 초기 단계에서 '휴먼웨어'에 집중 투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합을 같이 맞춰볼 수 있고 사업을 통해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공동의 실행 '판과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에 선례가 없는 사업이 다수인 도시재생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진격의 휴먼웨어'에 힘을 실어 주는 증명의 기회이기도 하다. 단, 많은 예산 투입보다 작은 예산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고 성과에 따라 점차 큰 기회를 만드는 방향이 적합하다. 특히 거점시설, 또는 작은 사업을 통한 공간 만들기 이전에 운영조직과 사람들에 대한 실행력을 증명하기 위한 선-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그 '휴먼웨어'들이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그곳에 안착하도록 단계별 활동 체계를 짜야한다.


하지만 현재의 도시재생사업 실행 과정에서는, 똑같이 무수한 공모방식(포스터만 현란한)으로 주체를 선발하고 교육하며 이후 안착시키겠다는 과정과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안서 공모, 회의 및 교육 참석의 과정은 솔직히 매우 쉽고 사업관리 측면에서 편의적 방법이다. 아이템을 보고 선발하는 것도 매우 쉬운 방법이다. 이 보다는 도시재생사업에서 필요한 사람들은 그 '의지와 태도'가 중요한테 그저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참석과 발언을 통해서는 그것이 검증이 안 될 뿐 아니라 '괜찮은 휴먼웨어'는 생업에 바쁘므로 이런 기회에 관심을 갖지 않을 확률이 크다.


소위 어중이떠중이들이 공모와 교육과정으로 선발되어 도시재생사업 조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매우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짜’, ‘약한’, '얍삽한' 휴먼웨어들이 양산되고 사업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들만 사업에 참여하는 순간 ‘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업으로 전개되고 지원되지 않으면 멈추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분명 지역에는 많은 잠재성과 능력이 큰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책상에 앉아 포스터, 공지를 통해서만 사람들을 모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발굴해야 하고 찾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할 실질적인 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참여한 이후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과 비전'을 보여주고 그것이 지역 경제, 문화, 복지 등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를 실행할 판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지역의 '휴먼웨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결국 어렵지만 해야하는 '재생'과 '활성화'는 이런 '휴먼웨어'를 중심에 놓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지원할 때 그나마 가능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큰 목표이자 가치인 '지속가능성'은 '자발', '자체', '주체', '주인' 등의 단어들이 붙을 수 있는 언저리에 있음을 명심하자.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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