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 가이드라인에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주민협의체 및 추진협의체 운영을 통해 ‘자치적’이며 ‘주체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현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 유치 움직임은 협의체를 조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보통 지역과 토착 유관단체 대표들을 모으는데, 주로 동장, 상인회 임원, 문화예술인단체 임원, 기타 지역단체 대표들 중심으로 구성되며 소수의 관심 있는 주민 일부가 참여한다.
그런데 ‘의사결정’ 기구를 강조한 주민협의체와 추진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완력 싸움’이 벌어지기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각 구역과 분야 단체에서 ‘의결 표’ 수를 의식하여 경쟁하듯이 자기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경우이다. 몇 백억 공공재원 확보 후 기대감에 취한 각 대표들에게 의사결정 과정은 그 사업비를 다시 자신의 쪽으로 ‘유치’하거나 ‘숙원사업’을 실현할 기회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를 위해 의결을 위한 수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인데, 이쯤 되면 도시재생사업의 명분과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 협의체에서는 다른 구역 사업과 주체들의 활동에 대해 ‘감나라 배나라’ 하여 훼방을 놓으며 세부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든다. 사업 제안 단계에서 ‘아름답게 포장되던 공동체(또는 거버넌스)’로서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행동하던 끈끈한 조직이 아니라 시기 질투하며 자신 쪽의 ‘상대적’ 손해를 수용 못하는 이익집단의 모임이 되는 것이다. 결국 협의체는 도시재생사업 진행을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엑스맨’이 되고 만다.
협의체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은 ‘의사결정’만 아니라 ‘행동’과 ‘실행’을 위한 협력기구여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이 많은 세부사업을 포함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민 구성원 참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속해서 활동들이 가능하도록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역할과 직능, 그리고 역량을 가진 주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반드시 그들을 개입시켜야 한다. 저쪽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에서 이쪽 사람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기회를 만들고 ‘구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재생사업과 같은 공공재원 즉, 세금을 투입하는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먼 돈’, ‘당연히 우리 돈’ 아니라, ‘공공적 합의와 배려’에 의해 투자되는 소중한 재원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아끼고 가성비 있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재생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목표를 달성하려는 ‘회사 조직’과 같이, 각자 역할을 나누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실행해야 한다. 이에 대한 기회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각 단체의 대표뿐 아니라 필요한 재능이 있는 넓은 지역의 인재들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하며 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삶'을 투입하는 '대가'로서 실행하여 혜택을 얻을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다.
'톱니바퀴' 조직의 땀 흘린 실행이 적극적 참여이지 서로의 월권은 절대 그것이 될 수 없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