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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Oct 27. 2021

주민참여는 '계획' 보다 '실행'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 관련 다양한 강의나 회의에서 가장 많이 당부되는 것은, '주민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활성화계획 수립단계부터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함께’ 계획하고 주민 요구들을 담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참여를 어디까지 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과연 각 현장에서 주민참여가 잘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확신을 주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참여를 무조건 '강조'하고 ‘남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물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지역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자발적 주민’들이 많을 경우 주민참여는 매우 강력한 '동력'이 되며 최대한 다양한 과정에 이들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를 통해 사업 이후에도 지속적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독이 될 수 있다. 즉, ‘주민참여!!!’라는 슬로건 아래 활성화계획 수립단계부터 특정 주체들의 큰 목소리에 의해 사업들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이 요구하는 것들을 무조건 담아야 하는 사업으로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나 컨설팅 또는 행정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한 후 이를 거부하면 더욱 목소리가 커지거나 민원을 제기(수용)하는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활성화계획 확정 후 세부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생기며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집중하면서 갈등이 극단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결국 도시재생사업은 특정 조직을 위한 ‘숙원사업’으로 변질된다.


따라서, 주민참여는 도시재생사업의 여러 과정 중 ‘계획’ 보다는 ‘실행’에 중점을 두어 '강조'되어야 한다. 즉, 실행이 전제되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조직이 있을 때 계획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요구한다고 하여 그것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체적이면서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실행에 참여하거나 주도할 경우만 의견들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주민들 중 실행할 사람들의 의견에 힘을 주어야지 의견만 내거나 회의만 하고 실행에서는 빠지려는 조직과 단체들, 주민들의 목소리에 집중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하고자 하며 할 수 있는 사람들 또는 조직을 먼저 우대해야 하며 그러한 사람들을 모아 계획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하다. 물론 역량강화 사업과 여러 교육과정을 통해 실행자들을 발굴하여 참여시킬 수 있지만 기존 완장 조직들과 충돌할 수 있는 많은 위험요소들을 안고 가야 한다. 아주 이상적인 사업보다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을 염두한 현실적인 사업이 마중물 사업에서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공공재원이 투여되는 지역 주민들은 이것을 큰 ‘특혜’를 받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부터 참여의 마음을 다져야 한다. ‘당연하게 받는 내 돈’이 아니라 ‘소중한 세금’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지역 차원에서 합목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발언권과 사업기회를 부여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만약 같이 실행을 할 수 있다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행자'들이 이곳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참여는 ‘참견’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 아니면 '힘을 보태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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