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사업은 준비만 하다 끝장난다.
도시재생사업은 이전까지 지역에 '내려주었던' 사업과 전혀 다른 성격과 과정을 포함한다. ‘Bottom-up’을 강조하여 주민 참여와 실행을 담보로 사업비를 받는다. 또한 과정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설립과 전문가 참여, 연계사업과 부처별 협업을 의무화한다. 다양해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지역 난제들을 드러내고 해결 및 실행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통해 ‘의기투합’ 하라고 한다.
도시재생은 이렇게 복잡한 ‘판’을 깔면서 진행된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주민, 행정, 전문가, 중간지원조직의 관계에서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면 감정 소모의 싸움판으로 돌변하기 쉽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정신을 괴롭히는 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흙탕물 싸움에서 정의롭고 사심 없는 사람들은 지쳐 ‘나가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신뢰보다 불신이 쌓이며 지역의 중요한 인적 재원들이 등
을 돌리게 되며 결국 사심 많고 목소리만 큰 사람들과 조직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사업방향은 산으로 가게 된다. 공공재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더라도 그 결과와 효과가 미미한 것은 이런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장 국비 따내기에 목표를 두고 준비되지 않은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각 지자체에서는 국비를 받아와야 사업이 가능하고 이것이 성공적 운영 실적이 되다 보니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정말로 지역을 살리고 도시재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심적’으로 행정 및 중간지원조직, 주민조직, 전문가 조직 중 어느 하나라도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기 미흡하고 준비되지 않다면 다시 한번 사업 유치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자칫하다 지역을 살리기는커녕, 그나마 유지되던 ‘좋은’ 사람들과 조직에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지역에 들어간 돈은 누군가의 이권으로 변질되어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불러오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제발 준비되지 않는 조직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가식적 '포장'으로 사업을 제안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사업을 유치하여 진행하고 싶다면 그 의도 때문에 지역의 또 다른 비극이 싹틀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삼기 바란다. 혹 이 사업으로 조직을 준비시키고 단련시키고자 한다면 이 또한 도시재생 현장의 메커니즘을 무시한 그릇된 생각이라는 점도 명심하길 바란다. '돈'이 확보된 이후에는 예기치 않은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서로 부딪힐 것이기 때문이다. ‘돈’의 유무를 떠나 지역에 어렵게 터를 잡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던 ‘실행인’들을 밀어낼 것이며 ‘목소리 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주민의 목소리로 퉁쳐서 물리적 시설을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지역을 지키고 지속해갈 사람들과 그들의 활동의 누수가 발생하여 그나마 존재하던 지역 잠재성의 싹을 자르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쇄작용을 사업을 주관하여 평가하는 국토부와 중간지원 공공기관에서도 명심해야 한다. 왜 성과가 안 나오고 실행률이 떨어지는지 불만만 같지 말고 말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제출한 제안서에 명시했듯이 준비된 조직과 사람들이 실행하는 사업이다.
제발 '준비'를 위한 ‘준비시키는 사업’으로서 도시재생사업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