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의 비밀 연애는 시작되었다

Part III 회사가 맺어준 우리

by 번역하는 엄마

저희 가정은 최근 남편의 실직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매주 2회 블로그와 브런치에 연재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


비타500 뚜껑으로 썸을 타던 우리에게 드디어 공식적으로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자연스레 찾아왔다. 나도 남편도 연휴에 출근한 적이 있다. 물론 소속도, 부서도 다르기에 하는 일은 완전히 달랐다. 얼른 마무리하고 연휴를 즐길 심산으로 아침 일찍 출근을 했는데, 그날 남편도 출근을 했더랬다. 늘 그랬듯, 가볍게 목례로 인사만 나누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했다.


그렇게 11시쯤 됐을까? 남편 회사 대표님(나는 컨설팅 회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었기에 '우리' 대표님은 아니었다). 이 회사를 둘러보던 중, 연휴에도 출근한 직원들을 발견하고 애쓰고 수고한다며 점심을 사겠다고 하셨다. 순간 갈등이 됐다. '난 이 회사 직원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그렇다고 대표님 호의를 무시할 수도 없고. 가야 해, 말아야 해?'


그 순간, 남편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윤영 씨, 같이 가요. 짜장면 먹고 합시다." 남편의 재촉에 엉겁결에 따라나섰다. 식사 장소는 회사 1층에 있던 중국집. 익숙한 곳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표님을 포함해 대여섯 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그중 아는 사람은 남편뿐. 짧은 시간이었지만, 못내 어색하고 편치 않은 자리에 그나마 남편이 있어서 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됐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나는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처음에는 그저 시답지 않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운을 떼다가 점점 개인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대화 중에 우리가 신앙도 같고, 심지어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급속도로 내적 친밀감이 생겼던 것 같다. 나도, 남편도. 그러면서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두 남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감을 표시했고, 곧바로 데이트라는 걸 시작했다. 단, 각자의 회사에는 철저히 비밀로 부쳤다.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내 경우, 일하라고 파견 보내놨더니 연애만 했다는 그런 소리는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나의 최측근 두 명씩에게만 알린 채 아슬아슬한 비밀 연애가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스물여덟, 남편은 서른넷. 둘 다 혼기가 꽉 찬 나이였다. 결혼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신앙이 같고, 모든 면에서 엇비슷했던 결혼 적령기 두 남녀의 연애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다. 데이트한 지 두세 달 만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그로부터 두세 달 만에 상견례를 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짜장면을 같이 먹은 지 딱 1년 만에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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